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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 대세론 강하지만, 통합론 커지면 안·안에게 기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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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3면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탄핵안 인용 결정은 대선 판세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 중앙일보가 여론조사 전문가 등 정치 분석가들을 상대로 의견을 물어보니 “인용 결정 이전보다 대선의 구도와 흐름이 훨씬 더 유동적이고 복합적으로 바뀔 것”이라는 데 큰 이견이 없었다.

대선 구도 흐름 바뀌나 … 전문가 분석 #문재인의 대청소론 불안감 유발시 #야권 내 대안론 탄력받을 수도 #어느 쪽이 빠를지 결국 시간 싸움 #반문연대 하나의 세력화 미지수 #보수층 결집 땐 제3지대 힘 분산

다만 분석가들도 유동성의 강도가 지금까지의 흐름을 뒤집을 만큼 강력할지에 대해선 아직 확신하지 못했다.

헌재 결정 이전까지 대선가도에서 선두를 달려온 키워드 ‘문재인 대세론’은 여전히 맹위를 떨칠 것인가.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10일 국회에서 “헌재의 결정에 모두가 절대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추미애 더불어민주당 대표(오른쪽)는 10일 국회에서 “헌재의 결정에 모두가 절대 승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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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청소론과 통합론=여론조사 전문가인 이상일 아젠다센터 대표는 “탄핵 직후엔 나라를 새롭게 바꿔보자는 흐름이 강력하겠지만 문 전 대표의 ‘대청소론’(적폐청산론)은 불안감을 유발할 것”이라며 “그 이후엔 통합을 기치로 한 ‘합리적 대안론’의 흐름이 강해질 것”이라고 예상했다. 그러면서 “(어느 쪽 흐름이 더 빠를지) 결국은 시간 싸움의 양상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통합’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얼마나 빨리 전파되느냐에 따라 1차적으론 민주당 경선에서 안희정 충남지사에게, 2차적으론 본선에서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등 비민주당 주자들에게도 기회의 문이 열릴 수 있다는 뜻이다.

이 대표는 그러나 “민주당 경선 때까지로 한정하면 안 지사의 통합론이 야당 내부에서 메인스트림(주류)으로 등극하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고 분석했다.

이 대표는 또 “만약 문 전 대표가 경선에서 승리한 뒤 적폐 청산보다 통합적 메시지에 집중한다면 뚜렷한 대선주자가 없고 지역 기반이 상이한 ‘반문재인’ 진영이 힘을 받기는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허진재 한국갤럽 이사도 “현재로선 문재인 전 대표가 유리한 게 사실”이라며 “짧은 시간 내에 김종인 전 민주당 대표 등이 반문재인 진영을 하나의 정치 세력으로 엮어낼 수 있느냐가 관건”이라고 말했다.

반면 노무현 정부에서 청와대 정무수석을 지낸 유인태 전 의원은 민주당 경선 판세와 관련, “헌재의 인용 결정 뒤엔 국민들은 ‘통합’ 쪽에 주목할 것”이라며 “국가의 내우외환 속에서 어떻게든 힘을 모아야 한다는 의견이 확산되면 안 지사의 지지율이 더 올라갈 수 있다”고 했다.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오른쪽)는 10일 헌재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에 대해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박지원 국민의당 대표(오른쪽)는 10일 헌재의 대통령 탄핵소추안 인용 결정에 대해 “위대한 국민의 승리”라고 말했다. [사진 김현동 기자]

◆보수층 결집 변수=보수층의 반발 강도는 전체 대선 구도에도 영향을 줄 변수다. 보수층의 결집이 자유한국당 후보의 강세로 이어진다면 결과적으로 전체 대선 구도에서 반문재인 연대의 힘을 분산시킬 수 있다. 민주당 경선에도 마찬가지다.

윤희웅 오피니언라이브 여론분석센터장은 “헌재의 결정에 반발하는 태극기집회가 격렬해지고 보수층이 더 결집할수록 민주당 경선에선 안희정의 통합론보다 문재인의 심판론이 더 힘을 받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그는 “전체 유권자의 30% 정도 지지를 끌어모을 인물이 자유한국당에서 출마한다면 제3지대의 공간이 당연히 좁아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국민의당의 한 전략통 의원은 “자유한국당을 친박당으로 격하시키고, 소속 후보의 지지율을 10%대로 묶어둘 수 있느냐가 소위 제3지대론 성공의 키를 쥐고 있다”며 “그렇지 못할 경우 1위 문재인, 2위 자유한국당 후보, 3위 제3지대 후보의 구도가 고착화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김종인과 반문재인 연대의 성사=한국갤럽 허진재 이사는 “민주당을 탈당한 김종인 전 대표가 짧은 시간에 과거 DJP(김대중+김종필) 연합보다 더 어려운 ‘반문재인 연대’를 엮어낼 수 있느냐가 대선의 관건”이라고 말했다. 그는 “지역 기반을 비롯해 너무나 다른 길을 걸어온 국민의당과 바른정당·자유한국당 일부 세력을 반문재인이라는 하나의 가치로 엮는 것은 쉽지 않은 작업”이라고 예상했다.

윤희웅 센터장도 “호남을 기반으로 한 국민의당이 바른정당 등과 손을 잡으려 하면 호남에서 거부감이 형성될 수 있다”고 말했다. 박형준 전 청와대 정무수석은 “김 전 대표가 추진하는 연대는 개혁공동정권을 표방해야 한다”며 “김종인·안철수·유승민 등이 역할 분담을 약속하는 방향으로 가게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서승욱·위문희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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