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국세 6000억원 더 걷었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1면

올 들어 세금 쥐어짜기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지난해 국세청이 거둬들인 세금이 당초 목표보다 6000억원가량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5일 재정경제부와 국세청 등에 따르면 2005년 국세청 세수 실적을 잠정 집계한 결과 법인세.증권거래세.양도소득세가 예상보다 많이 걷혀 내국세 세수는 목표(120조원)보다 많은 120조6000억원에 달했다. 재경부와 국세청은 지난해 하반기까지 세수가 목표를 밑돌 것이라고 밝혔지만 결과는 초과 징수로 나타난 것이다.

관세(6조2000억원)를 포함한 전체 국세 징수액으로 보면 지방세에 덧붙여지는 농특세 등이 덜 걷혀 목표액 126조6500억원보다 3000억원 초과 징수된 것으로 집계됐다.

세목별로는 경기침체의 영향으로 부가가치세 등이 2조원 이상 줄었지만, 법인세가 당초 목표(26조3000억원)보다 3조원가량 더 걷히고 증권거래세가 증시 호황에 따른 거래 증가로 목표(1조6000억원)보다 8000억원 넘게 더 징수된 것으로 분석됐다. 양도소득세도 부동산대책 강화로 목표를 초과한 것으로 알려졌다.

법인세의 경우 지난해 기업 경기는 좋지 않았지만, 징수 기준연도인 2004년의 기업 실적이 좋았던 데다 지난해 세무조사를 늘린 데 힘입어 사상 최대 규모의 징수액을 기록했다.

이로써 내국세 3조5000억원 등 전체 세수가 4조3000억원이나 부족해 국가 재정에 큰 구멍이 났던 2004년과 달리 지난해에는 세수 부족은 피하게 됐다.

정부는 당초 국세 징수액을 130조6000억원으로 계획했다가 상반기 이후 내수 부진과 환율 하락 등의 영향으로 소득세와 부가세 세수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자 징수액 목표를 126조6500억원(내국세 120조원)으로 낮췄다. 대신 지난해 9월 세수 부족분을 보전하기 위해 5조1000억원의 국채 발행 등을 내용으로 한 추가경정예산을 편성했다.

세금 초과 징수에 대해 최명근 강남대 석좌교수는 "세금이 무리하게 징수되지 않았는지 수시로 점검하면서 세금이 더 걷혔을 경우 이를 돌려주는 방안도 제도적으로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정부 관계자는 "증시 호황 등 외부 변수 때문에 세금이 많이 걷힌 것일 뿐 하반기에 집중됐던 기업 세무조사 등이 큰 영향을 미치지 않았다"며 "미국.일본도 세수 실적과 목표가 3~6% 차이가 나는 등 세수를 정확하게 전망하는 게 쉽지 않다"고 말했다.

홍병기.김종윤 기자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