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찰 특수본, 첫 과제는 ‘최순실 공소장 변경’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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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2면

검찰 특별수사본부(특수본)가 박영수 특별검사팀이 최순실씨 등에게 적용한 뇌물수수 혐의에 대한 본격적인 법리 검토에 들어갔다. 지난해 최씨를 강요 등의 혐의로 기소한 검찰의 공소장을 변경해야 하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특검팀은 지난달 28일 최씨를 뇌물수수 혐의 등으로 기소하면서 최씨의 기존 사건 재판과 병합해 심리해 달라고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에 신청했다. 지난 6일 재판에서 검찰 측은 “ 기록 검토를 마치지 못했으니 추후 의견을 밝힐 수 있도록 해 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이에 재판부는 “특검이 추가 기소한 최씨에 대한 뇌물죄 관련 사건은 당분간 병합하지 않고 별도로 공판 준비절차를 진행하는 게 좋겠다”고 답했다.

특검, 최씨 뇌물 혐의 추가 기소 #검찰은 지난해 직권남용죄 적용 #모순되는 혐의 … 공소장 변경 불가피

지난해 12월 검찰 특수본은 삼성을 포함한 대기업이 미르·K스포츠 재단에 낸 출연금을 ‘강요’에 의한 것으로 판단했다. 당시 검찰은 최씨와 박근혜 대통령,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대기업을 압박해 돈을 받아낸 것으로 보고 최씨와 안 전 수석에게 강요와 직권남용 혐의를 적용했다.

반면에 특검팀은 두 재단 출연금을 포함해 삼성이 최씨 측에 건네기로 한 돈 433억여원 모두를 뇌물로 의율했다. 최씨와 박 대통령이 공모해 이재용(49) 삼성전자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작업을 돕는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법리다. 검찰이 대기업을 강요와 직권남용 피해자로 본 반면 특검팀은 뇌물공여자로 법리를 구성했고, 이 사건이 다시 검찰로 돌아온 것이다.

직권남용과 뇌물공여는 병립이 불가능한 혐의라서 검찰이 공소장 변경을 신청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게 법조계의 분석이다. 한 부장판사 출신 변호사는 “같은 사건을 놓고 최씨는 강요 혐의로, 이 부회장은 뇌물공여 혐의로 재판을 진행하는 모순이 되기 때문에 불가능하다”고 설명했다.

검찰의 공소장 변경이 받아들여지면 출연금을 낸 다른 대기업에 대한 수사도 뇌물공여 혐의로 진행될 가능성이 크다. 한 검찰 관계자는 “특검팀이 삼성에 뇌물죄를 적용해 검찰에 남은 대기업 수사라는 숙제를 줬다”고 검찰의 상황을 설명했다.

특수본, 우병우 수사 본격 착수

검찰 특수본은 또 우병우(50) 전 민정수석에 대한 수사에도 착수했다. 우 전 수석은 특수본에 편성된 서울중앙지검 첨단범죄수사 2부(부장 이근수)가 전담한다. 특수본 관계자는 “탄핵심판 정국인 점 등을 감안해 정치적 부담이 적은 수사부터 속도를 낼 계획이다. 우 전 수석의 개인비리 의혹이 최우선 검토 대상”이라고 말했다. 검찰은 우 전 수석이 민정수석실에 들어가기 전후 가족회사 정강의 계좌로 오간 수억원대의 의심스러운 자금을 조사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특검팀 관계자는 “가족회사인 정강이 2014~2015년 한 기업으로부터 용역 대금으로 1억3000여만원을 받아 매출로 기록했다. 이는 특검의 수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은 의혹 사항이어서 내사 기록을 검찰에 모두 넘겼다”고 설명했다.

송승환 기자 song.seunghw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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