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특위, ‘예비 헌법재판관’제 도입 잠정 합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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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가 9인의 재판관으로 구성된 헌법재판소에 예비 재판관을 두는 방안에 대해 잠정 합의했다. 개헌특위는 22일 열린 제2소위에서 사법분과 자문단이 제안한 예비 재판관제 도입에 다수 의원이 동의했다고 밝혔다. 위원장인 이주영 자유한국당 의원은 23일 본지와의 통화에서 “박근혜 대통령 탄핵 심판과정에서 드러나듯 헌법재판관들의 공석으로 법치가 훼손되는 문제가 재발해서는 안 된다는데 공감대가 이뤄진 것”이라고 말했다.

현행 헌법재판관의 임기는 6년이다. 박한철 헌법재판소장은 대통령 탄핵 심판이 진행 중이었지만 지난달 31일 퇴임한 이유다. 후임자는 정해지지도 않았다. 헌법학계의 지배적 견해에 따르면 대통령 권한 대행이 소극적·현상유지적 권한 행사만 가능하다고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정미 재판관이 퇴임하는 3월 13일 이후에는 헌재가 7명의 재판관으로 탄핵 인용 여부를 결정해야 하는 처지다.

개헌특위 자문위원인 정태호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예비 재판관 제도의 필요성과 관련해 “정치적인 이유로 후임 재판관 인선이 이뤄지지 않을 때 순서대로 자리를 채울 수 있어 지금과 같은 입법 불비(不備) 상태로 재판해야 하는 문제를 없앨 수 있다”고 말했다.

예비 재판관 제도는 오스트리아 헌법에 명시돼 있다. “헌법재판관은 소장 1인, 부소장 1인, 재판관 12인, 예비 재판관 6인으로 구성한다”(제147조1항)는 것이다. 정태호 교수는 “재판관 중에 사건 당사자와 특별한 관계에 있거나 공정성에 대한 우려가 있어 제척·기피되거나 할 때 재판부 구성이 완전치 못한 상황에서 재판받는 것을 피하기 위한 제도”라고 설명했다.

반면 예비재판관 제도가 헌법 상호간의 충돌 문제가 있을 수 있다는 학계 의견도 있다. 임지봉 서강대 법학과 교수는 “예비재판관 제도는 국무총리 서리제를 연상시킨다”며 “독일연방재판소처럼 전임자가 후임자가 선임할 때까지 계속 권한을 행사한다는 규정을 두는 것으로도 입법 목적을 달성할 수 있어 보인다”고 말했다.
박성훈 기자 park.seonghu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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