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제3후보 잔혹사…문재인 “안타깝다” 안철수 “유엔 경력 살려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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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반기문 전 유엔 사무총장이 대선 불출마를 선언하자 정치권에선 “제3후보 잔혹사를 결국 피해가지 못했다”는 반응이 나왔다. 2007년 고건 전 총리, 2012년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처럼 비정치인 출신 유망주들의 돌풍이 마지막 고비를 넘지 못하고 주저앉은 사례가 그동안 꽤 많았기 때문이다. 반 전 총장의 경쟁자들도 갑작스러운 불출마 선언에 놀라워했다.

고건처럼 비정치인 출신의 좌절
충청 출신 안희정 “고뇌 찬 결단”
유승민 “뜻밖의 결정이지만 존중”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1일 기자들과 만나 “좋은 경쟁을 하려 했는데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반 전 총장은 꼭 정치가 아니더라도 외교 등 다른 분야에서 국가를 위해 헌신할 수 있으신 분”이라며 “(만약 집권하면) 외교 문제에 관해선 많은 자문과 조언을 받겠다”고 덧붙였다. 반 전 총장과 같은 충청 출신인 안희정 충남지사는 “고뇌에 찬 결단”이라고 평가하며 “국가 원로로서 더 큰 기여를 해주실 것을 기대한다”고 말했다.

반 전 총장의 불출마를 자주 언급했던 이재명 성남시장은 “국민은 이제 화려한 외양이 아니라 내실을 본다”는 입장을 내놨다.

“설 연휴가 지나면 반 전 총장이 대선을 포기할 것”이라고 예측했던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는 “10년의 유엔 사무총장 경력을 살려 특사로서 여러 가지 외교 현안들을 푸는 역할을 해주시기를 기대한다”고 말했다. 손학규 국민주권개혁회의 의장은 “소중한 국가적 자산이 정치판에 들어와 훼손되었다는 점을 안타깝게 생각한다”는 소회를 밝혔다.

정당들 가운데선 반 전 총장 영입에 가장 적극적이던 바른정당의 충격이 컸다. 바른정당의 대선주자인 유승민 의원은 “갑작스러운 소식이지만 고뇌 끝에 내리신 결정으로 존중한다”고 했다. 최근 두 차례나 반 전 총장을 만나 향후 진로 문제 등을 논의했던 김무성 의원은 기자들에게 “너무 큰 충격이라 드릴 말씀이 없다” 고만 했다.

서승욱·안효성 기자 sswo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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