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탄다… 폭염·가뭄에 사망 속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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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7면

폭염과 가뭄으로 유럽이 타들어가고 있다. 연일 최고 기록을 경신하는 불볕 더위 속에서 사망자가 속출하고, 전례없는 가뭄에 농작물 피해와 대형 산불이 잇따른다.

5일 스페인 남부 안달루시아 지방은 섭씨 46도를 기록, 2차 세계대전 뒤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래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주 초 시작된 40도가 넘는 찜통 더위에 14명이 사망했다.

최근 40도가 넘는 날씨가 계속됐던 독일 남부지방에서도 5명이 죽었다. 프랑스는 4일 남부 몽토방의 기온이 42도에 육박, 기상관측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프랑스는 폭염이 계속되자 원자력 발전소에 이상이 생길지 모른다며 원자로가 들어있는 건물 외벽에 물을 뿌려 냉각시킨다는 계획도 세우고 있다. 영국 역시 폭염주의보가 발동됐다. 폭염에 철로가 늘어나자 열차 탈선을 막기 위해 운행 속도를 96㎞(60마일)로 제한했다.

동유럽엔 가뭄이 밀어닥쳤다. 세르비아는 1백년 만에, 크로아티아는 반세기 만에 최악의 가뭄에 시달리고 있다. 세르비아는 농산물 생산량이 지난 50년 중 최저가 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크로아티아는 밀.감자 생산이 타격을 입은 두 지방을 재해지구로 선포했다. 체코도 농산물 작황이 15% 정도 감소하리라는 관측이다.

포르투갈에선 고온과 가뭄 탓에 지난달 27일 이후 72곳에서 산불이 발생했다. 삼림 4만여ha가 타고 11명이 사망했다. 포르투갈 정부는 국가비상사태를 선포하고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에 산불 진화용 비행기와 헬리콥터를 요청했다.

그러나 유럽을 강타하는 폭염과 가뭄의 원인은 확실치 않다. 대서양에서 형성된 고기압대가 유럽서 정지한 채 대륙을 달군다는 설, 북아프리카 지역을 지나던 뜨거운 공기층이 유럽으로 올라왔다는 설 등 기상전문가들의 추측만 나오고 있다.

파리=이훈범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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