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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월호 1000일, 전기·난방 끊긴 추모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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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모란 기자 중앙일보 기자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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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일은 세월호 참사가 발생한 지 꼭 1000일이 되는 날이다. 전날 오전 인천시 부평구 인천가족공원 안에 있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의 출입문은 쇠사슬로 묶인 채 자물쇠까지 걸려 있었다. 그 앞에는 ‘정부의 무능함으로 추모관 문을 닫게 되었습니다’라는 안내문이 붙어 있었다. 지난 1일부터 문이 닫혔다.

쇠사슬과 자물쇠는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대책위원회’가 직접 채웠다고 한다. 위원회 측은 “운영비가 없어서 문을 열 수가 없다”고 주장했다. 이런 사실이 알려지자 인천시가 급히 나서 인력 등을 지원하면서 추모관 문은 9일 오전 다시 열렸다.

이 추모관은 세월호 사고 당시 숨진 일반인 희생자 45명의 넋을 기리기 위해 지상 2층, 연면적 487㎡ 규모로 지난해 4월 문을 열었다. 하지만 운영비 문제로 개관 한 달 만인 지난해 5∼9월 문을 닫았다. 지원금이 나온 10월에 다시 문을 여는 등 파행을 겪었다.

그런데 올해는 운영비가 정부 예산에 반영되지도 않았다. 이에 반발해 유가족들이 추모관 문을 닫은 것이다.

운영비 문제로 지난 1~8일 문을 닫은 인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사진 독자]

운영비 문제로 지난 1~8일 문을 닫은 인천 ‘세월호 일반인 희생자 추모관’. [사진 독자]

해양수산부 측은 “세월호 특별법에 따라 추모시설의 운영·관리 등 추모사업을 지원할 수 있는 4·16재단이 아직 설립되지 않아 정부 예산이 편성되지 않았다”며 “일단 해수부 재해대책비로 예산을 먼저 지급할 예정”이라고 해명했다. 일반인 추모관 운영 예산 1억9000만원은 이달 말이나 2월 초께 지원될 전망이다.

2014년 반짝했던 세월호 참사에 대한 사회적 관심은 한동안 식었던 게 사실이다. 지난해 10월 ‘최순실 국정 농단 사태’를 계기로 세월호 참사 당일 박근혜 대통령의 7시간 행적 관련 의혹이 제기되면서 관심이 다시 살아났다. 사고 발생 1000일을 맞아선 추모객들의 발걸음도 다시 늘고 있다. 경기도 안산에 있는 세월호 정부합동분향소에는 하루 100~400명이 다녀가고 있다. 안산교육지원청 별관에 마련된 단원고 기억교실도 하루 평균 40~50명이 찾는다. 전남 진도 팽목항 임시분향소 역시 요즘 하루 200~500명이 다녀간다.

동생과 조카를 찾기 위해 팽목항에 머물고 있는 권오복(61)씨는 “한동안 뜸하던 추모객의 발길이 지난해 10월 국정 농단 사태 이후 늘었다”고 말했다.

전명선 4·16가족협의회 운영위원장은 “1000만 시민의 서명이 세월호특별법과 노란 리본을 만들었고 이번 1000만 촛불의 원동력이 됐다. 진상 규명과 세월호 인양 등 앞으로도 관심을 가져달라”고 호소했다. 세월호 발생 1000일을 계기로 노란 리본에 담긴 ‘잊지 않겠다’는 의미를 다시 생각해 보면 어떨까.

최모란 내셔널부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