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정은 핵·미사일 신년사 “ICBM 시험발사 마감단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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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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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정은 북한 노동당 위원장은 1일 “대륙간탄도로케트(ICBM) 시험발사 준비사업이 마감 단계에 이르렀다”고 주장했다. 이날 낮 12시30분(평양시간 12시)에 내놓은 신년사에서다. 북한은 1946년부터 매년 1월 1일 국정의 청사진인 신년사를 발표하고 있으며 김정은은 2013년부터 육성으로 하고 있다.

TV 육성 방송서 “선제공격 강화”
“능력 안 따라 안타깝다” 반성도
“군사충돌 해소” 관계 개선 뜻 비쳐

김정은은 이날 “(지난해) 첫 수소탄시험(4차 핵실험)과 각이한(다양한) 공격 수단들의 시험발사, 핵탄두 폭발시험(5차 핵실험)이 성공적으로 진행됐다”며 “국방력 강화에서 획기적 전환이 이룩돼 동방의 핵강국, 군사강국으로 솟구쳐 올랐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연례적이라는 감투를 쓴 전쟁연습 소동(한·미 연합훈련)을 걷어 치우지 않는 한 핵무력을 중추로 하는 자위적 국방력과 선제공격 능력을 계속 강화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오는 20일 취임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대북정책이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조건부이긴 하지만 국제사회의 우려와 제재에도 불구하고 핵과 미사일을 이용한 군사적 긴장을 높이겠다는 뜻을 밝힌 셈이다.

그러면서도 김정은은 지난해에 이어 남북관계 개선 의지를 폈다. 그는 “올해는 7·4 남북공동성명 발표 45돌이자 10·4 선언 발표 10주년이 되는 해”라며 “온 민족이 힘을 합쳐 자주통일의 대통로를 열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북남관계를 개선하고 북과 남 사이의 첨예한 군사적 충돌과 전쟁 위험을 해소하기 위한 적극적인 대책을 세워나가야 한다”고도 했다.

김정은은 특히 촛불이라는 표현을 쓰진 않았지만 이례적으로 국내 정세에 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박근혜와 같은 반통일 사대매국 세력의 준동을 분쇄하기 위한 전 민족적 투쟁을 힘 있게 벌여야 한다”며 “(촛불시위는) 동족 대결을 일삼아 온 보수 당국에 대한 쌓이고 쌓인 원한과 분노의 폭발”이라고 주장했다. 신년사에서 박 대통령을 언급한 것은 처음이다. 김용현 동국대 북한학과 교수는 “핵과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겠다면서도 군사적 긴장 완화를 언급하는 건 위장 평화 공세”라고 지적했다.

김정은이 자기반성을 하는 부분은 올 신년사에서 눈에 띄는 부분이다. 그는 “능력이 따라서지 못하는 안타까움과 자책 속에 지난 한 해를 보냈는데 올해에는 더욱 분발하고 전심전력하여 인민을 위해 더 많은 일을 찾아낼 결심을 가다듬게 된다”며 “참된 충복, 충실한 심부름군이 될 것을 새해의 아침에 맹약한다”고 말했다.

정용수·전수진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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