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PP·외교 문제, 트럼프와 생각 다른 트럼프 내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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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이 자신이 지명한 내각 구성원들과 견해 차이로 삐걱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왔다. 장관 후보자들에 대한 의회 인준도 험난할 것으로 예상돼 초기 국정 운영을 제대로 하기 어려울 가능성이 있다.

로스 상무장관, TPP 찬성론자
매티스, 러시아보다 동맹 우선
이슈마다 견해차로 갈등 가능성
일각 “정책 조율 중, 충돌 적을 것”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대선 기간 노출된 트럼프의 구상과 배치되는 생각을 가진 장관들이 적지 않다고 27일(현지시간) 전했다. 무역 협상, 재정 적자, 외교 정책, 기후변화 등 주요 이슈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내고 있다는 것이다.

트럼프는 버락 오바마 정부가 추진한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에 회의적이다. “취임 즉시 탈퇴하겠다”는 입장을 줄곧 폈다. 그러나 상무장관에 지명된 월가 출신 윌버 로스는 TPP 찬성론자이다. 미국의 최대 교역국인 중국을 상대할 테리 브랜스테드 주중대사 내정자도 TPP 지지자다. 트럼프 행정부의 예산안을 의회와 조율할 믹 멀버니 백악관 예산관리국(OMB) 국장 후보자는 예산에 대한 생각이 트럼프와 크게 다르다. 멀버니는 재정 적자 해소에 혈안인 반면, 트럼프는 국방력 증대와 사회간접자본 확충에 돈을 풀겠다는 입장이다.

외교안보 현안도 충돌이 불가피해 보인다. 대선 당시 트럼프는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을 치켜세우며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었다. 반면 4성 장군 출신의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 후보자는 철저한 동맹주의자다. 그의 입장에선 크림반도를 병합하는 등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를 위협하는 러시아가 달가울 리 없다. 세계 최대 석유기업 엑손모빌의 최고경영자(CEO)인 렉스 틸러슨 국무장관 후보자는 기후변화에 대한 인간의 책임을 인정하고 탄소 배출 감소를 위한 파리기후변화협약도 지지한다. 이에 반해 트럼프는 기후변화 이론을 과학자들의 ‘농간(hoax)’쯤으로 여긴다.

이같은 인식 차이에도 트럼프와 각료들 간의 충돌이 심하지 않을 것이란 시각도 있다. 지명된 직후 TPP 반대파로 돌아선 로스처럼 장관 후보자가 입장을 바꾸거나, 핵 능력 강화 주장으로 러시아와 대립각을 세우는 등 트럼프의 태도도 돌변하고 있어 사안에 따라 정책 조율이 이뤄질 수 있기 때문이다.

김상진 기자 kine3@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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