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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슈추적] 거칠어진 세계외교 ‘스트롱맨 시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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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민심 수습 일자리 감소, 양극화 등 내부 불만 외부로

동맹 재편 터키는 러시아, 필리핀은 중·러에 구애 중

규칙 실종 핵경쟁 등 불안 커져 “민주주의 역행 우려”

‘철권 외교(Iron-fist Diplomacy)’가 전 세계를 휩쓸고 있다. 민족주의에 기반한 과감한 리더십을 내세운 미국·중국·러시아 3강의 정상들이 연일 힘 대결 중이다. 이른바 ‘스트롱맨(strongman)’ 리더십이다. 이들은 자국 내에선 지지를 받지만 “민주주의에 역행하며 시스템에 기대지 않는 탓에 세계 정세를 불안케 한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는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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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23일(현지시간) “(핵)무기 경쟁을 하겠다”며 전날 트위터에서 밝힌 ‘핵 능력 강화’ 입장을 재확인했다. 앞서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전략핵무기 부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밝힌 데 대한 대응이다. 트럼프는 푸틴과의 교감을 과시하며 그와 친한 렉스 틸러슨 엑손모빌 최고경영자(CEO)를 국무장관에 발탁한 터였다. 그러나 돌연 모스크바를 겨냥한 발언으로 핵 경쟁 망령을 불러왔다. 지난 2일에는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과 통화를 하고 “왜 ‘하나의 중국’에 얽매여야 하는지 모르겠다”고 의문을 제기했다. 미·중 관계의 근간을 송두리째 부정한 셈이다.

푸틴은 시리아의 독재자 바샤르 알아사드 대통령을 편들며 시리아 내전에 개입했다. 수많은 민간인이 희생됐지만 러시아는 중동에서의 영향력을 얻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은 달라이 라마를 초청한 몽골을 압박해 무릎을 꿇렸다. 미국에 접근하려는 대만엔 무역·외교 보복을 했다.

영국 경제지 이코노미스트는 세계 질서를 흩뜨리는 스트롱맨의 등장 원인에 대해 “외부를 향한 공격성으로 내치의 취약성을 상쇄하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인한 서방의 제재와 저유가로 러시아의 경제는 파탄 났다. 푸틴은 ‘제국의 영광’을 외치며 만방에 영향력을 과시했다. 지난해 러시아의 실질 임금은 10% 이상 줄었음에도 80% 넘는 지지율을 유지하고 있다. 다른 나라도 마찬가지다. 트럼프는 빈익빈 부익부로 인한 양극화와 일자리를 잃고 좌절한 저임금 백인 노동자 덕에 승리했다.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도 쿠데타로 불안한 내정을 수습하는 데 철권을 활용했다. 그는 유럽 대신 러시아와의 관계 개선에 적극적이다. 로드리고 두테르테 필리핀 대통령은 친미 외교정책을 버리고 중·러에 구애하며 이익을 도모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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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상황은 1930년대와 비교된다. 대공황으로 정치는 급진화했고 강한 지도자를 향한 열망은 독재자 히틀러와 무솔리니를 낳았다. 그 끝은 혼돈과 파국이었다. 2017년 철권 시대를 우려의 시선으로 보는 까닭이다.

트럼프·시진핑·푸틴 그들은 왜

◆특별취재팀 : 도쿄·워싱턴·런던·베이징=오영환·김현기·고정애·신경진 특파원, 서울=강혜란·홍주희·유지혜·김상진·이기준 기자 hong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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