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앞에서 ‘개헌’ 꺼낸 안철수·손학규·남경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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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부터)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앙일보 후원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있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손학규 전 더불어민주당 상임고문,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 문재인 전 민주당 대표, 남경필 경기도지사(왼쪽부터)가 22일 서울 여의도 중소기업중앙회관에서 열린 중앙일보 후원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 토론회에 나란히 참석해 있다. 문 전 대표를 제외하고 모두 ‘개헌’의 필요성을 언급했다. [사진 조문규 기자]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를 후발 대선주자들이 개헌론으로 포위하고 나섰다. 22일 국가미래연구원과 경제개혁연구소·경제개혁연대가 주최하고 중앙일보·한겨레·중소기업중앙회가 후원한 ‘탄핵 이후 한국 사회의 과제와 전망’ 보수-진보 토론회 자리에서다. 이날 토론회는 대선 전 개헌 추진 여부를 놓고 문 전 대표 대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손학규 전 민주당 상임고문·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연합한 구도였다. 공교롭게도 안 전 대표, 손 전 고문, 남 지사는 대표적인 ‘제3지대’ 대선주자들이다.

“탄핵 이후의 과제” 보수·진보 토론회
안 “대선공약 걸고 2018년 개헌을”
손 “개헌을 이긴 호헌은 없다”
남 “대선 후 개헌하는 게 현실적”
문재인은 “구시대 청소 위해 협치를”
개헌 의견 묻자 명확한 답변 안 해

첫 발제자인 문 전 대표는 ‘개헌’ 얘기를 일절 꺼내지 않았다. 대신 ‘협치’를 강조했다. 문 전 대표는 “새누리당 집권 세력을 비롯한 삼류 기득권 세력은 진정한 보수의 가치를 무너뜨린 가짜 보수”라며 “이제는 가짜 보수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구시대를 대청소하고 국가를 대개조하는 일은 여야를 떠나 이념과 정략을 내려놓고 함께해야 가능한 일” “국정 운영에서 협치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도 했다.

하지만 다른 대선주자들은 작심한 듯 개헌을 화두로 꺼냈다. 그동안 개헌에 소극적이었던 안철수 전 대표마저도 입장을 바꿔 개헌 논의에 뛰어들었다. 안 전 대표는 “대선 전 개헌은 반대지만 개헌은 해야 한다”며 “각 주자가 대선공약으로 내걸고 2018년 지방선거 때 함께 투표하는 것이 실행 가능한 합리적인 방안”이라고 주장했다.

이와 관련, 안 전 대표의 한 측근은 “지난 18, 19대 국회 등에서 논의된 개헌 내용 등을 검토하고 있으며 대선 때 제시할 개헌공약을 준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 발 더 나아가 국민의당은 23일 의원총회에서 개헌 추진을 당론으로 채택할 예정이다.

가장 적극적인 개헌론자인 손학규 전 고문은 문 전 대표를 정면으로 겨냥했다. 손 전 고문은 “개헌은 개혁이고 호헌은 기존 체제와 패권 세력을 지키자는 것인데 개헌을 이긴 호헌은 없었다”고 각을 세웠다. 이어 “지금 정치권은 ‘눈앞에 대권이 있는데 어떻게 놓치겠느냐’고 해서 조기 대선으로 빨리빨리 넘어가려 하는 것”이라며 “하지만 현재 대권구도는 그대로 가지 않을 것이며 내년 2~3월이면 대선구도에 반드시 빅뱅이 일어날 것”이라고도 했다.

개헌론자이자 새누리당 비박계가 추진 중인 보수신당에 합류 예정인 남경필 지사도 가세했다. 그는 “시대정신은 권력과 부의 공유”라며 “권력과 부의 공유를 완결하는 것은 안철수 전 대표님 말씀대로 개헌”이라고 말했다. 남 지사는 “개헌이 현실적으로 대선 전에 불가능하다면 여기 계신 어떤 분이 집권한 후 ‘내가 집권하면 연정(聯政)을 하겠다’고 약속했으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3명의 대선주자의 개헌 주장이 이어지자 문 전 대표는 눈을 감거나 생각에 잠긴 듯한 표정을 지었다. 토론회 직후 기자들의 개헌 관련 질문이 쏟아졌으나 명확한 답변을 내놓지 않았다. “2018년 지방선거 때 개헌 투표를 하자는 (안 전 대표의) 제안을 어떻게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그런 이야기가 있었느냐”고 반문하기도 했다.

한 참석자는 “안 전 대표까지 개헌 논의에 뛰어들면서 개헌이 본격적으로 ‘제3지대’ 합종연횡의 고리가 될 것 같다”며 “내년 1월 귀국하는 반기문 유엔 사무총장까지 개헌 추진 의사를 밝히면 비문재인 연대가 완성될 것”이라고 말했다.

글=안효성 기자 hyoza@joongang.co.kr
사진=조문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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