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개발중인 무인기, 미국산 짝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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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무인기

북한이 새로 개발중이라고 주장한 무인기 [조선중앙TV 캡처]

북한이 지난 14일 김책공업대학에서 개발중이라고 소개한 무인기는 미국의 방산업체인 텍스트론 시스템사에서 개발한 소형무인항공기와 흡사한 것으로 나타났다.

북한은 지난 14일 관영 조선중앙TV를 통해 김책공업대학에서 장시간 비행이 가능한 무이기를 개발중이라며 무인기 모형과 함께 비행 사진을 공개했다. 조선중앙TV는 구체적인 제원을 가린채 "실시간 감시와 실시간 추적, 대기측정, 산불감시, 어장탐색등에 이용된다"고 소개했다.

하지만 본지 취재 결과 이 무인기는 미국의 텍스트론 시스템사에서 개발한 '에어로손드'(AEROSONDE) 소형 무인 항공시스템(SMALL UNMANNED AIRCRAFT SYSTEM·SUAS)과 유사한 기종인 것으로 나타났다.

미국 무인기

미국 텍스트론시스템사가 제작한 소형 무인 항공시스템(SUAS) [사진 텍스트론사 홈페이지]

한국국방안보포럼 신종우 사무국장은 "북한은 그동안 중국이나 러시아 등에서 무인기를 들여와 개조한 뒤 사용해 왔다"며 "이번에는 미국 제품을 본 떠 신형 무인기를 만드는 것으로 추정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무인기의 경우 형상이 성능을 결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진상으로 보면 거의 동일하다고 볼 수 있다"고 분석했다.

텍스트론 시스템사가 공개한 SUAS의 제원은 날개폭 3.6m에 140㎞를 비행할 수 있는 것으로 나와 있다. 9.1㎏을 적재하고 14시간 가량 체공할 수도 있다. 장거리 비행이 가능하고, 지상에서 원격 조종도 할 수 있다. 북한이 장시간 비행이 가능하다고 주장한 것과 유사한 대목이다.

군 관계자는 "북한이 2014년 백령도와 파주, 삼척 등지에서 자신들이 보낸 무인기가 추락한 이후 새로운 신형무인기를 개발하는 정황이 포착돼 분석중"이라며 "이전에는 사전에 입력된 위치를 무인기가 찾아다니는 방식이었다면 새로 만드는 무인기는 지상에서 통제할 수 있는 한단계 발전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하지만 북한 무인기의 구체적인 성능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았다.

북한이 미국 제품을 들여다 개조한 사실로 확인될 경우, 대북 제재 속에서 어떤 방식으로 수입이 가능했는지 논란이 일 수도 있다.

정용수 기자 nky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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