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 일하고 결혼할 30대…“자식 계층상승 못해” 57%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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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스로의 노력으로 ‘계층 이동 사다리’를 타고 올라갈 수 있다고 믿는 한국인이 10명 중 2명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저(低)성장이 장기화하고 소득 격차도 커지면서 ‘개천에서 용 난다’는 말이 사라지는 대신 이른바 ‘수저 계급론’이 득세하고 있다.

계층 사다리에 가장 부정적
결혼기피·저출산 악순환
“노력하면 사회적 지위 상승”
21년 새 60% → 22% 떨어져

미래에 대한 비관은 특히 30대에서 강하게 나타났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결혼 기피, 저(低)출산 현상과 맥이 닿는다. 12일 통계청이 내놓은 ‘한국의 사회동향 2016’에 담긴 이 시대의 자화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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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결과에 따르면 ‘일생 동안 노력하면 개인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매우 높다’와 ‘비교적 높다’는 긍정적 답변을 한 비율은 2015년 기준으로 21.8%에 그쳤다. 1994년 60.1%에 달했던 ‘낙관론자’의 비율은 외환위기 직후인 99년 21.7%까지 급락한 뒤 서서히 회복해 2009년에는 35.7%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이후 다시 하락해 외환위기 수준으로 되돌아왔다. 반면 ‘매우 낮다’와 ‘비교적 낮다’는 비관적 응답의 비중은 94년 5.3%에서 지난해에는 62.2%까지 올라갔다. 20년 전 계층 상승 가능성에 낙관적 응답을 한 사람이 10명 중 6명이었다면 지금은 비관론자가 10명 중 6명이 된 셈이다.

자녀의 장래 역시 어둡게 보는 경우가 늘었다. ‘현재 본인 세대에 비해 자식 세대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높아질 가능성은 어느 정도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비교적 낮다’와 ‘매우 낮다’고 응답한 비율이 50.5%로 절반을 넘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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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령대별로는 특히 30대에서 비관론이 많았다. 10명 중 7명(69.3%)은 스스로 노력해도 더 높은 계층으로 올라설 가능성이 낮다고 봤다. 또 30대 10명 중 6명(57.1%)은 자녀가 자신보다 나은 계층에 편입될 가능성도 부정적으로 봤다. 10년 전(30.2%)에 비해 두 배가량으로 늘었다. 연구를 담당한 김희삼 광주과학기술원 교수는 “빈부 격차가 있더라도 계층 이동 가능성만 있다면 불평등은 노력의 동기가 될 수 있지만 현재의 상황은 ‘격차 사회’를 넘어 ‘격차 고정’이 현실화할 위험을 경고하는 것”이라며 “특히 한창 일하고 결혼하고 출산해야 할 연령대에서 비관론이 퍼지는 상황은 우리 사회의 ‘재생산’까지 위협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수저 계급론

개인의 노력보다는 부모의 지위나 부(富)에 따라 자신의 계급이 결정된다는 뜻의 자조적 신조어. 집안 형편에 따라 ‘금수저-은수저-동수저-흙수저’ 식으로 계층을 나누고 이를 고정불변적인 것으로 간주한다. 좋은 환경과 조건을 물려받은 경우 ‘은수저를 물고 태어났다’고 표현하는 데서 유래했다.

세종=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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