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산 장려 정책 미래 청년인 10대까지로 넓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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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8명. 통계청이 8일 발표한 장래인구추계(2015~2065년)에서 올해 합계출산율 전망치다. 실제 출산율 확정치는 내년 8월께 나오나 전망치만 보면 지난해 출산율(1.24명)보다 0.06명 후퇴했다. 2011년 발표된 장래인구추계(2010~2060년)에선 1.30명을 예상했지만 불과 5년 만에 0.12명 줄었다. 이에 비해 기대수명은 급증했다. 올해 남성(79.3세), 여성(85.4세)의 기대수명은 5년 전 추계와 비교해 각각 0.9세, 0.3세 늘었다. 시간이 갈수록 아이 울음소리는 줄어드는 대신 고령화는 급격히 빨라지는 셈이다.

전문가들 패러다임 변화 주문

다른 통계 수치도 비관적이다. 올 들어 1~9월 혼인 건수는 20만5900건으로 전년 동기 대비 6.5% 감소했다. 같은 기간 출생아 수도 31만7400명으로 5.6% 줄었다. 모두 역대 최소치다. 올해 전체 출생아 수는 ‘마지노선’으로 여기는 40만 명을 겨우 넘길 전망이다. 조영태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청년 취업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만혼(晩婚)으로 결혼 연령이 올라가는 상황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면서 “혼인과 출산의 내리막길은 향후 몇 년간 지속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하지만 뚜렷한 해결책은 보이지 않고 있다. 정부는 지난해 말 발표한 제3차 저출산·고령사회 기본계획(2016~2020)에서 청년 일자리·주택 지원을 내세웠다. 그럼에도 출산율 하락에 대한 우려가 커지자 지난 8월 긴급 보완 대책도 내놨다. 난임 부부 지원 확대, 남성 육아휴직급여 인상 등을 추가한 것이다. 그래도 저출산이란 흐름은 바뀌지 않고 있다.

이처럼 정책이 ‘약발’이 먹히지 않는 배경엔 리더십 부재가 있다. 저출산 대책은 10년 가까이 대통령의 관심 사항이 아니었다. 이명박 정부는 2008년 대통령 직속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의 소속을 보건복지부 장관으로 격하시켰다가 4년 뒤에야 제자리로 돌렸다. 박근혜 대통령은 4년 동안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 대면 회의를 단 2번 주재했다. 전광희 충남대 사회학과 교수는 “최근 정부를 살펴보면 출산 장려를 복지정책의 일부로만 보거나 아예 중요성을 못 느낀 경우가 대부분이다. 대통령이 움직이지 않으면 저출산 대책이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은 출산 장려 정책의 패러다임을 바꿔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영태 교수는 “대통령이 현재 나온 정책에 연연하지 말고 아예 새로운 장기 계획을 짜야 한다. 정책의 초점을 현재 청년뿐 아니라 미래의 청년인 10대 이하로까지 넓혀서 대대적인 투자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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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광희 교수는 “파격적인 방식이 아니면 현 상황은 바뀔 수 없다. 수십조원의 예산을 아동수당 등 하나의 정책에만 투입해 출산에 따른 경제적 부담을 경감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정호원 복지부 인구정책총괄과장은 “정부도 위기 의식을 갖고 저출산 상황을 주시하고 있다. 효과적인 사업에 예산을 집중 투입하고 대국민 인식 개선에 적극 나서는 등 특단의 대책을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정종훈 기자 sakeho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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