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럼프 인수위 “한국 탄핵안 가결되면 누구와 접촉하죠?”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8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인수위원회 인사가 한국의 박근혜 대통령 탄핵 문제에 관심을 표명했다고 방미 중인 새누리당 특사단이 6일(현지시간) 전했다.

방미 중인 새누리 특사단 만나 질문
“새 정부 초기 한반도 관련 정책
정제되지 않은 채 나가도 당황 말라”

특사단의 백승주 의원은 이날 워싱턴 특파원들을 만난 자리에서 “‘탄핵안이 가결되면 (한국의) 누구와 접촉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을 많이 받았다”며 “인수위 인사를 포함해 우리가 만난 많은 분이 탄핵에 대해 물어왔다”고 밝혔다. 백 의원은 “탄핵안이 가결되더라도 국가 기능은 정상적으로 유지되는 만큼 관련 부처의 파트너와 협의하면, 예컨대 국방 당국과 인수위 관계자가 어떤 문제도 논의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고 알렸다. 원유철 의원도 “한국의 국내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며 “민심은 탄핵에 가깝지만 탄핵 표결의 최종 결과를 미리 말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는 입장을 알렸다”고 밝혔다. 특사단은 인수위의 에드윈 퓰너 고문과 톰 리드, 마샤 블랙번 부위원장 및 의회의 댄 설리번 상원의원, 에드 로이스 하원 외교위원장 등을 면담했다.

트럼프 당선인 측 인사들은 한·미 동맹은 굳건하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혹시 외교 현안에 문외한이나 다름없는 트럼프 정부 초기에 예상치 못한 한국 관련 정책이 나와도 한국이 당황할 필요가 없다고 조언했다. 김세연 의원은 “미국 행정부가 8년 만에 바뀌는 만큼 많은 인적 변화가 있기 때문에 정부 초기에 설령 정제되지 않은 메시지가 나가도 ‘절대 놀라지 말라(Don’t panic)’는 표현을 여러 번 강조해서 밝혔다”고 전했다.

로이스 위원장은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 배치에 반발한 중국 당국이 한국 기업들을 상대로 보복성 조치에 나서는 데 대해 “새 국무장관이 지명되면 반드시 이 문제를 얘기해서 중국 내 (한국 기업에 대한) 부당한 보복과 제재에 대한 조사를 상세히 하도록 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는 이혜훈 의원이 중국에 진출한 한국 기업들이 사드 배치 결정 후 겪는 어려움을 설명하자 답변으로 나왔다. 로이스 위원장은 또 중국에서 난민 지위를 얻지 못하고 강제 북송되는 탈북자들에 대해서도 미 의회 차원의 대응 방안을 모색하기로 했다.

인수위의 한 인사는 트럼프 당선인과 차이잉원(蔡英文) 대만 총통의 전화 통화와 관련해 “중국은 대만에 대해 신경 쓰는 것만큼 북한에 대해 적극 노력해야 한다”며 “트럼프 당선인이 북한에 대한 중국의 적극적 역할을 우회 압박한 것”으로 해석했다고 윤영석 의원이 전했다. 그러나 다른 의원은 전화 통화에 대북 압박 성격이 포함됐다는 얘기는 없었다고 달리 말했다.

새누리당 방미 특사단은 단장인 원유철 의원과 안상수·김세연·이혜훈·윤영석·백승주 의원 등 6명으로 구성됐다. 이들은 7일 뉴욕에서 미국 측 인사들을 추가로 만난 후 9일 새벽(한국시간) 귀국할 예정이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