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통령 잘못 육영수 여사 탓해선 안돼"…육영수 추모행사 논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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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북 옥천군에 있는 육영수 여사 생가. 프리랜서 김성태

충북 옥천군에 있는 육영수 여사 생가. 프리랜서 김성태

박근혜 대통령의 모친인 고 육영수(1925~1974) 여사를 추모하는 행사를 두고 일부 시민단체가 개최를 반대하고 있다.

27일 충북 옥천군과 옥천문화원에 따르면 육영수 여사 탄생 91주년을 기리는 숭모제가 29일 오전 11시 옥천관성회관에서 열린다. 육 여사 숭모제는 2001년 박정희 전 대통령 기념사업을 목적으로 결성된 민족중흥회 옥천군지부가 주축이 돼 매년 11월 29일 열렸다. 2010년부터 옥천문화원이 사업을 넘겨받아 군 예산 700만원을 들여 탄신제례와 문화공연, 사진 전시회 등으로 진행했다. 옥천육씨 종친회를 비롯해 매년 1000여 명 이상의 외부 인사가 이 행사에 초청됐다.

하지만 최순실 국정농단 사태와 박근혜 대통령에 대한 부정적 여론이 높아지면서 올해는 문화공연이 취소되는 등 행사 규모가 대폭 줄었다. 지난 17일 이 행사를 주최하는 옥천문화원과 옥천청년회의소, 민족중흥회, 옥천지역회 등 단체는 회의를 열고 “국민여론을 고려해 문화공연을 모두 취소하자”고 의견을 모았다.

김승룡 옥천문화원장은 “‘딸(박근혜 대통령)이 잘못한 것을 육 여사에게 책임을 물어서야 되겠느냐’는 반대 의견도 있었다”며 “하지만 국민 여론을 고려해 제사만 지내는 것으로 간소화했다”고 말했다. 이어 “육 여사를 추모했던 옥천군민의 마음을 하루아침에 져 버리는 것은 지역정서에 맞지 않아 예정된 행사는 진행할 계획”이라고 했다.

이번 숭모제는 탄신제례에 이어 육 여사 약력 소개, 생전 활동 영상 시청, 헌화 순으로 조촐하게 진행될 예정이다. 옥천문화원측은 “매년 보내던 초청장은 발송했지만 외부인사에게 참석을 부탁하는 전화는 한 통도 하지 않았다”고 했다. 1·2부로 나뉘어 진행되던 행사는 문화공연이 취소되면서 20~30분 정도로 짧게 될 예정이다. 지난해까지 숭모제는 탄신제례와 함께 관악단 공연, 영상물 상영까지 1시간30분 정도 소요됐다.

숭모제가 축소됐지만 일부 시민단체는 행사 개최에 반대하는 시위를 계획하고 있다. ‘박근혜 대통령 퇴진 옥천국민행동’ 회원은 숭모제 당일 행사장을 찾아 숭모제 개최 반대 시위를 할 예정이다. 황중환 옥천군농민회 사무국장은 “공동대표 한 분이 1인 시위를 하고 숭모제 반대 현수막을 걸 예정”이라며 “국민이 분노하고 있는 지금 시기에 군 예산을 들여 숭모제를 진행하는 건 맞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 육씨 종친과 옥천지역의 사회단체는 해마다 육 여사가 서거한 8월 15일과 생일인 11월 29일 추모제와 숭모제를 개최해 왔다. 옥천읍 교동리에 있는 육 여사 생가는 옥천군에서 37억5000만원을 들여 2011년 복원했다. 박 대통령은 2007년 육 여사 숭모제에 참석하기 위해 옥천을 방문했고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도 2013년과 2014년 이 행사에 참석한 바 있다.

옥천=최종권 기자 choigo@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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