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통령·인수위원장 막판 뒤집기는 맏사위 쿠슈너 작품”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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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인수위의 실세로 꼽히는 그는 장인 취임 후 백악관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당선인의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 인수위의 실세로 꼽히는 그는 장인 취임 후 백악관 요직에 기용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AP=뉴시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의 유대인 맏사위 재러드 쿠슈너(35)가 막후 실세로 떠오르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6일(현지시간) 쿠슈너가 백악관에서 주요 직책을 맡는 방안이 검토되고 있다고 전했다. WSJ는 쿠슈너가 백악관에 들어갈 경우 선임보좌관이나 특보를 맡을 수 있다고 전망했다.

미 언론들 “인수위 권력다툼 숨은 손”
크리스티 때문에 부친 14개월 복역
개인적 악연 이유로 번번이 물먹여

WSJ에 따르면 쿠슈너는 장인의 ‘눈과 귀’다. 당초에도 쿠슈너는 트럼프의 최측근으로 간주됐지만 대선 이후 그의 막강한 존재감은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대선 이틀 후 트럼프 당선인이 백악관을 찾아 버락 오바마 대통령을 만날 때 쿠슈너가 데니스 맥도너 백악관 비서실장과 단둘이 담소하는 모습이 포착됐다. 백악관이 상대하는 트럼프 측 실세가 사위 임이 확인된 것이다. 트럼프 당선인이 15일 밤 가족과 함께 비공개 일정으로 맨해튼의 음식점을 찾았을 때도 “트럼프와 쿠슈너는 가족들과 함께 재무장관·국방장관 및 다른 요직에 누구를 앉힐지에 대한 당선인의 의중을 놓고 저녁 시간 내내 토론했다”고 측근을 빌어 전했다.

인수위에서 벌어진 권력 다툼의 숨은 원인도 쿠슈너라고 미 언론들은 일제히 보도했다. 트럼프 당선인은 대선 승리 직후 인수위를 책임졌던 크리스 크리스티 뉴저지 주지사를 밀어낸 뒤 그 자리에 마이크 펜스 부통령 당선인을 앉혔는데 이를 주도한 사람이 쿠슈너라고 CBS뉴스는 전했다. 지난 7월 부통령 후보를 놓고 크리스티에 기울어 있던 장인의 마음을 막판에 돌린 이도 쿠슈너라고 CBS는 보도했다. 이 매체는 “펜스를 부통령 후보로 낙점했던 결정적 계기는 트럼프와 펜스의 뉴욕 면담”이라며 “당시 쿠슈너가 펜스에게 뉴욕행 비행기를 마련해 줬다”고 알렸다. 쿠슈너가 고비마다 크리스티를 견제하는 이유는 부동산 개발업자였던 부친과 크리스티의 악연 때문이다. 2005년 아버지 찰스 쿠슈너를 탈세, 불법 선거자금 등으로 기소했던 이가 당시 연방검사였던 크리스티였다. 이 때문에 쿠슈너 부친은 14개월간 복역했다.

크리스티

크리스티

정통 유대교 집안 출신인 쿠슈너는 대선전 후반엔 유대인의 휴일을 제외하면 장인과 거의 같이 움직였다. 쿠슈너가 유세 장소를 선택하고, 선거자금을 어디에 쓸지를 정하며, 일별 여론조사 결과를 분석하는 등 실탄과 전략을 두루 챙겼다고 WSJ는 전했다. 대선 당일인 지난 8일엔 장인에게 즉각 라디오 인터뷰에 나서라고 알렸을 정도로 발언권이 막강하다. WSJ에 따르면 이날 일부 출구조사에서 밀리는 결과를 확인한 쿠슈너는 장인과 부인 이방카, 두 처남에게 아직 투표가 진행 중인 주의 라디오 방송에 출연하라고 요청했다. 쿠슈너는 지금도 캠프 내 공식 직함이 없지만 각료 인선에 관여하고 있다.

쿠슈너는 장인과 비슷하면서도 다르다. 부친의 가업을 물려받은 뉴욕의 부동산 개발업자라는 점에서 ‘사업가 트럼프’와 닮은 꼴이다. 쿠슈너가 26세 때 구입했던 맨해튼의 초고층 빌딩은 당시 18억 달러였다. 그러나 장인과는 달리 전면에 나서는 것을 피하고 과묵한 성격으로 알려져 있어 스타일은 반대다. 쿠슈너는 하버드대와 뉴욕대를 졸업했다.

쿠슈너의 힘은 무엇보다 장인이 아끼는 맏딸 이방카의 남편이라는데 있다. 2009년 이방카는 쿠슈너와 결혼하며 남편 집안을 따라 유대교로 개종을 했다. 이방카는 “(개종은) 내 인생의 엄청난 결단”이라며 “(유대교 휴일인)금요일부터 토요일까지는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전화도 하지 않는다”고 소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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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도 쿠슈너에게 주목하기 시작했다. 일라이자 커밍스 하원의원은 16일 인수위에 공식 서한을 보내 쿠슈너의 역할을 구체적으로 밝히라고 요구했다. 트럼프 당선인이 국가기밀 정보를 전달받는 ‘대통령 일일 브리핑’을 쿠슈너도 듣게 해 달라고 요청했다는 보도가 나온 데 대한 항의성 서한이었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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