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야당의 무책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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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대통령과 영수회담 제안·합의 11시간 만에 일방 철회 ‘초유 사태’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대표가 박근혜 대통령과 14일 오전 9시 양자 영수회담을 하자고 전격 제안했다가 이날 오후 8시30분 의원총회 직후 11시간30분 만에 일방적으로 제안을 철회했다.

민주당 내부 반발에 백지화
새누리 “해도 해도 너무한다”
“대통령이 결단하지 않으면
교착 정국 장기화 가능성”

청와대는 추 대표의 제안을 받아들여 양측이 15일 오후 3시 영수회담을 한다고 공식 발표했으나 추 대표가 제안을 백지화했다. 야당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청와대 수용→야당 대표의 일방 철회라는 전례 없는 일이 벌어진 이유는 민주당 내부의 반발 때문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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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 대표는 14일 의원총회 직후 긴급 최고위원회를 열고 “하야하라는 민심이 박 대통령에게 전달되지 않았다고 생각해 이를 (영수회담에서) 분명히 알려주고 싶었다”며 “하지만 의원총의와 시민사회 원로들의 뜻에 따라 철회를 결정했다”고 밝혔다.

당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지 않은 채 영수회담을 제안했다가 철회한 것과 관련, 추 대표에 대한 책임론이 제기될 수도 있다고 익명을 원한 민주당 수도권 의원이 전했다.

이날 의원총회에서 설훈 의원 등은 “박 대통령이 물러나겠다는 확약을 받지 못하면 민주당과 추 대표가 성토를 받을 것이 뻔하다”며 회담에 반대 의견을 냈다.

당초 추 대표의 영수회담 제안에 반발했던 국민의당 박지원 비대위원장은 트위터에 “추 대표의 청와대 단독회담 철회를 환영한다 ”고 말했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회담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상황이라 매우 유감스럽다”고 밝혔다.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민주당이 국정 책임의식이 전혀 없다”며 “해도 해도 너무한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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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권 관계자는 “야권 내부의 리더십 부재로 인해 국회로 공을 넘겨도 합의안이 나오기 어려운 상황”이라며 “박 대통령과 추 대표의 영수회담이 불발됨에 따라 박 대통령이 제3차 대국민담화 등을 통해 민심 수습을 위해 모종의 ‘결단’을 하지 않는 이상 교착 정국은 장기화될 가능성이 크다”고 지적했다.

차세현·위문희 기자 cha.sehyeo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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