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 삶 꿈꾸는 소년범들에게 일자리 제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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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3면

이중명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이 한국범죄방지재단 공로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이중명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이 한국범죄방지재단 공로상 수상 소감을 말하고 있다. [사진 최정동 기자]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중명(73) 이사장은 2012년 5월 남모(22·여)씨를 처음 만난 날을 아직도 생생히 기억한다. 범죄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듣기 위해 1주일간 대전소년원에 묵으며 소년원 체험을 할 때였다. 당시 미성년자였던 남씨는 인천의 한 여인숙에 불을 지른 혐의로 9개월째 그곳에서 생활 중이었다. 부모와의 불화 때문에 고민하다 자살하려고 불을 질렀으나 극적으로 구조돼 수감된 거였다. 그곳에서 딱한 사연을 들은 이 이사장은 사비를 털어 남씨에게 화상 흉터 제거 수술을 해줬다. 출소 후에는 자신이 운영하는 골프장에 전화 상담원으로 취직도 시켜줬다.

이중명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
범죄방지재단서 실천공로상 수상
1주일간 대전소년원 현장 체험도

하지만 한 달 후 남씨는 말없이 도망쳐 버렸다. 남씨를 다시 만난 것은 그로부터 3년6개월 뒤인 올해 3월이었다. 남씨가 보낸 4장의 손 편지에는 자신의 철없음을 반성하는 내용이 가득했다. 이 이사장은 남씨를 다시 보듬었다. 남씨는 현재 한국소년보호협회가 운영하는 인쇄업체에서 일하고 있다.

한국범죄방지재단이 이 이사장에게 10일 ‘제9회 실천공로상’을 수여했다. 리조트그룹 ‘에머슨퍼시픽’을 운영하는 이 이사장은 법무부 산하 범죄예방협의회에서 일하며 청소년 범죄에 관심을 갖게 됐다. 2014년부터 불우 청소년의 사회 적응을 돕는 공익재단 한국소년보호협회 이사장을 맡고 있다.

그해 말 경기 화성시에 소년원 출신 청소년·청년 60여 명을 무료로 재우고 먹이는 ‘YES(Young Education Service)센터’를 지었다. 용접, 골프장 관리, IT 기술 등을 가르쳐 45명을 취직시켰다. 이 이사장은 수상 소감에서 “청소년 범죄의 재발을 막으려면 이웃의 지속적인 관심과 재능기부 노력, 일자리를 제공해 돈을 벌 수 있게 하는 게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시상식에서는 이 이사장 외에 박광민 성균관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이완규 인천지검 부천지청장이 범죄예방 방안을 연구한 공로로 ‘학술상’을 수상했다. 시상식 후 성영훈 국민권익위원장은 ‘청렴사회, 이룰 수 없는 꿈인가’를 주제로 강연했다.

글=윤재영 기자 yun.jaeyeong@joongang.co.kr
사진=최정동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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