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계수주액 감소는 경계할 일|투자재원의 효율적 배분 긴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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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요즈음과 같은 호황기에 자칫 감추어지기 쉬운 것이 몇 가지 있다.
하나는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경제의 구조적인 약점들이며, 또 하나는 경기 상승세가정점을 지나 하강세로 접어드는 전환점에 대한 시각이다.
국민총생산(GNP)등으로 나타나는 경제실적이나, 일반이 피부로 느끼는 경기에 대한 감은 실제의 국면과는 몇 개월의 시차가 있으므로 경기의 전환점이 언제냐 하는 판단은 매우 중요하다.
역시 2∼3개월의 시차를 두고 약핵가 나타나는 통화·금리 등의 정책대응이 실기하지 않으려면 바로 경기의 전환점에서 타이밍을 잡아야 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지난해 12월중 각종 경기지표가 85년10월 이후 14개월만에 처음으로 하락했다는 것은 일단 눈 여겨 볼 필요가 있다.
그것이 경기의 상승국면에서건 하강국면에서건 흔히 나타날 수 있는 일시적인 기복현상이냐, 아니면 앞으로도 계속될 추세변동이냐 하는 판단을 내려야하는 것이다.
경기를 편리한 대로「피부경기」와 「지수경기」로 구분해 본다면, 현재까지 일반이 느끼는 경기에 대한 감에는 전혀 이상이 없다.
수출기업과 내수기업, 대기업과 중소기업 등 부문간에 느끼는 호황의 정도에는 여전히 차이가 있으나 수출과 제조업 투자가 주도해온 활황패턴에는 아직 이렇다할 큰 변화의 조짐은 없다.
수출주도 산업의 원자재 구득난이 여전하고 1월중의 수출신용장 내도액 증가율이 지난해의 연간평균 29%를 훨씬 넘어 37%에 이르고 있다는 것 등이 그 같은 판단을 뒷받침하고있다.
그런데도 지난 12월중의 지수경기는 왜 하락하는 괴리현상을 빚었을까.
물론 경기지표만을 가지고 경기국면을 판단한다는 것은 매우 신중하지 못한 생각이다.
당장 85년 상반기의 기억을 더듬어보더라도 의심할 바 없는 불황국면이라는 여론에도 불구하고 정부일각에서는 당시의 경기지표(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아직 1백 수준을 웃돌고 있다는 근거 하나만으로「안정적 호황」이라고 고집을 부리던 씁쓸한 기억이 있다.
그러나 각종 경기지표의 변동은「1년 전」이 아니라 그때그때「한달전」의 수준과 비교한 결과이므로, 비록 전반적인 경제상황이 1년 전에 비해 나아져 있는 상태라 하더라도 지표의 꺾임세에는 일단 유의할 필요가 있다.
지난해 12월의 지수경기가 하락한 것은 다음과 같은 까닭에서다. 곧 다른 지수들은 다 상승했으나 유독 제조업가동률, 도소매판매, 수출액, 건축허가면적, 민간기계 수주 등의 지수들은 11월에 비해 감소했기 때문이다.
이중 수출과 건축허가면적 지수의 감소는 별로 신경 쓸 것이 못된다.
수출이 예상 밖으로 잘 되자 지난 연말에는 이례적으로 수출을「자제」하려는 경향이 짙어 일시적으로 수출증가율이 둔화되는 현상을 빚었을 뿐 올 1월의 수출은 전년도에서 넘어온 것까지 합쳐 더욱 크게 늘고있다.
또 건축허가면적 감소도 서울상계동의 건축허가 1백25만평방m가 지난해 9월 통계를 이례적으로 불려놓았기 때문이지 별로 걱정할 것은 아니다.
또 제조업가동률도 1월중의 산업생산이 수출에 의해 부추겨지기만 하면 다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더구나 최근의 통화·주가지수동향 등을 감안하면 1월중의 선행·동행지수가 다같이 오름세를 탈 것이라는 예상은 충분한 근거가 있다.
그러나 단순히 「일시적인」경기지표의 하락이라고 넘겨버리지 못할 대목도 몇 군데 있다.
우선 민간기계수주액지수가 지난해 10월 이후 내리 석달간 전월비 마이너스 1%, 2.8%,5.4%의 감소세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이다.
물론 기계수주에는 공공부문도 있고 해외에서 사오는 기계도 있지만, 역시 민간기계수주가 가장 중요한 선행지표이며, 더구나 그 감소폭이 점차 커지고 있는 추세는 주의를 요하는 부분이다.
이와 관련하여 올해 민간기업의 설비투자전망이 조사기관에 따라 정반대의 결과를 보이고 있다는 것도 소홀히 할 수 없다.
상공부는 올해의 설비투자가 지난해보다 15.8% 늘어나는 것으로 전망하고 있지만 산은의 조사결과는 오히려 전년비 2.9%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나 있다.
덧붙여 투자·수출이 제 자리 걸음을 하더라도 통화·주가지수 등이 춤을 추면 경기지표는 올라가게 되어있다.
따라서 최근의 통화부안·주가폭등 등을 감안할 때 앞으로도 경기지표의 「정밀분석」과 함께 한정된 투자재원을 효율적으로 투자에 돌리는 정책이 일관되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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