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몰 1년 앞둔 단통법 ‘지원금 상한액’ 풀리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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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4면

국회가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을 손보기에 나선다. 여야 의원들이 발의한 단통법 개정안만 총 9건. 이들 개정안은 9일 미래창조과학방송위원회 전체회의를 거쳐 16~17일 법안심사소위를 통해 본격 논의된다. 2014년 10월 시행된 단통법은 미래창조과학부가 의뢰해 조해진 새누리당 의원이 발의한 법안이다. 이동통신사 홈페이지와 대리점 등에 단말기별 출고가와 지원금을 공개해 구매 장소와 관계 없이 동일한 가격으로 휴대전화를 살 수 있도록 해 소비자간 가격 차별을 없애겠다는 게 법의 골자다.

통신사·제조사 지원금 공개 추진
약정할인 때 할인폭 인상도 논의
정부선 여전히 부정적 입장 고수

하지만 도입 직후부터 시장경제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하는 가격 경쟁을 정부가 억지로 막는 것이 정당하냐는 지적이 제기됐다. ‘지원금을 더 주겠다’는 유통점을 법으로 규제해 소비자들이 저렴하게 휴대전화를 구매할 수 있는 기회를 차단하고, 중소 유통점의 가격 경쟁력을 제한했다는 비판도 나왔다.

이번에 국회에서 가장 먼저 손 댈 것으로 예상되는 내용은 단통법의 핵심 조항 중 하나인 ‘지원금 상한제’다. 출시 후 15개월이 지나지 않은 휴대전화에 대해 이동통신사의 구매 지원금을 최대 33만원으로 제한하는 제도다. 단통법 시행 당시 3년간 한시적으로 적용하는 조건으로 도입돼 일몰까지 1년 정도 남은 상태다.

지원금을 33만원까지 제공한다고 하지만 최대 한도까지 보조 받기 위해서는 가장 비싼 요금제에 가입해야 하기 때문에 대부분의 소비자들은 상한액에 비해 턱없이 낮은 지원금을 받고 있다. 이 때문에 고가 휴대전화를 구매하는 사람들의 부담이 커졌고, 선택의 여지 없이 값이 저렴한 보급형 휴대전화를 찾는 소비자가 늘었다. 결과적으로 80만원 이상의 고가 휴대폰을 판매하는 제조사들도 타격을 입었다.

지원금 상한제를 조기에 폐지하자는데는 여야 의원들이 모두 공감대를 형성한 상태여서 개정 가능성이 높은 상태다.

가장 많은 의원들이 발의한 개정안은 지원금 분리공시제도를 도입하자는 내용이다. 이동통신사가 지원금을 공시할 때 삼성전자·LG전자 등 제조사가 지원하는 금액은 얼마인지 공개하자는 것이다. 지원금 분리공시는 당초 단통법 시행 당시 함께 도입하기로 했던 내용이다. 하지만 제조사들이 영업기밀에 해당하는 내용을 공개할 수 없다며 반발해 제외됐던 조항이다. 하지만 분리공시를 통해 이통사와 제조사의 마케팅비를 확인할 수 있어야 휴대전화의 출고가를 현실화할 수 있고 불법 지원금으로 시장이 혼탁해지는 상황을 방지할 수 있다는 지적이 힘을 얻으면서 개정에 무게가 쏠리고 있다.

이밖에 휴대전화 지원금을 받지 않는 대신 12~24개월의 약정기간 동안 통신요금의 20%를 할인해주는 선택약정할인에서 할인폭을 30%로 올리는 내용과 선택약정할인을 소비자에게 고지하지 않는 이통사에 대해 과징금을 부과하는 내용의 개정안도 발의됐다. 정부는 이들 개정안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최성준 방송통신위원장은 지난 달 국정감사에서 지원금 상한제 폐지에 대한 질문에 “지원금 한도까지 지급되지 않는 경우도 많고 대리점에 추가 지원금 15%를 허용하고 있기 때문에 상한선을 올릴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분리공시에 대해서도 “소비자에게는 전체 지원금 규모가 더 의미 있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미래창조과학부 역시 비슷한 입장이다. 미래부 관계자는 “지원금 상한제의 경우 어차피 내년 9월 30일에 끝나는 데 서둘러 폐지하는 것이 도움이 될지 따져봐야 한다”고 밝혔다. 분리공시를 반대하는 제조사들과 요금할인율 인상을 반대하는 이통사들도 단통법 개정의 변수로 작용할 전망이다.

반면 소비자단체들은 단통법 개정에 찬성한다. 녹색소비자연대가 지난 9월 단말기를 교체한 소비자를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조사에서는 39.4%가 “지원금 상한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고 33.6%는 아예 “단통법을 없애야 한다”고 답했다.

이병태 KAIST 경영대 교수는 “소비자 편익을 위해 도입한 제도라지만 소비자 대부분이 반대하고 있는 제도가 바로 단통법”이라며 “폐지 또는 개정을 위한 진지한 논의가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김경미 기자 gae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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