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먼저 웃은 인디언 “저주, 니가 가져가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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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1면

클리블랜드 6 - 0 시카고 컵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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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먼저 1승을 거뒀다. 승리를 확정지은 뒤 점프를 하며 하이파이브를 하는 클리블랜드 좌익수 프란시스코 린도어(왼쪽)와 우익수 로니 치즌홀. [클리블랜드 AP=뉴시스]

68년 묵은 ‘와후 추장의 저주’와 108년을 이어온 ‘염소의 저주’. ‘저주 시리즈’로 불리는 올해 월드시리즈(WS)에선 어떤 게 풀릴까.

클루버, 6이닝 9K 무실점 호투
월드시리즈 첫 선발 등판 승리
공격선 페레스 홈런 2방 원맨쇼

일단 클리블랜드 인디언스가 ‘와후 추장의 저주’에서 벗어나기 위한 실마리를 풀었다. 클리블랜드는 26일(한국시간) 미국 오하이오주 클리블랜드 프로그레시브 필드에서 열린 월드시리즈 1차전에서 시카고 컵스를 6-0으로 꺾었다. 1948년 이후 68년 만에 우승을 노리는 클리블랜드가 1908년 이후 108년 만에 챔피언 등극을 노리는 컵스를 상대로 기선을 제압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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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루버

클리블랜드는 투수력에서 컵스를 압도했다. 선발투수 코리 클루버(30)와 셋업맨 앤드루 밀러(31)-마무리 코디 앨런(28)이 컵스 타선을 효과적으로 봉쇄했다. 클루버는 3회까지 11명의 타자를 상대하는 동안 안타는 2개만 내주고 삼진 8개를 빼앗으며 호투했다. 1903년 WS가 생긴 이래 3회까지 8탈삼진을 기록한 건 클루버가 처음이다.

클루버는 4회 초 2사 이후 카일 슈와버에게 우중간 2루타를 맞았지만 다음 타자 하비에르 바에즈를 우익수 플라이로 처리해 실점없이 이닝을 마무리했다. 7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클루버는 선두타자 벤 조브리스트에게 안타를 맞은 뒤 밀러와 교체됐다. 밀러는 무사 만루를 만들었으나 후속타자들을 잘 처리해 클루버의 승리투수 요건을 지켰다. 6이닝 4피안타·무사사구·9탈삼진을 기록한 클루버는 생애 첫 월드시리즈 등판을 승리로 장식했다.

클루버는 ‘똑바로 날아가는 공’이 없는 투수다. 일반적으로 직구라고 부르는 포심 패스트볼을 거의 구사하지 않고 투심 패스트볼, 컷패스트볼(커터)과 같은 변형 직구를 주로 던진다. 클리블랜드 중견수 라자이 데이비스는 “마치 위플 볼(구멍이 뚫려서 크게 휘는 고무·플라스틱 재질의 공)같다”고 말했다.

클루버는 5년 전까지 포심과 슬라이더, 낙폭이 큰 커브를 주무기로 활용했다. 2010년 7월, 아버지의 고향인 클리블랜드로 이적한 그는 2012년 미키 캘러웨이 투수코치를 만난 뒤 기량이 부쩍 늘었다. 캘러웨이는 2005년부터 3년간 현대 유니콘스에서 32승을 거뒀던 지한파다. 캘러웨이는 클루버에게 싱커의 활용도를 높일 것을 권유했다.

빅리그 두 번째 시즌인 2012년 2승에 그쳤던 클루버는 이듬해 싱커를 가다듬은 뒤 11승을 올렸다. 2014년에는 18승9패·평균자책점 2.44, 탈삼진 269개를 기록해 아메리칸리그 사이영상을 수상했다. 지난해에는 7년 동안 최대 7700만 달러(약 870억원)를 받는 조건으로 장기 계약도 맺었다. 캘러웨이 코치는 “클루버는 원하는 곳 어디든 던질 수 있어 믿음직한 투수”라고 했다.

올해 처음 가을야구를 하는 클루버는 4경기에서 3승, 평균자책점 0.74의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어서 ‘클루봇(클루버+로봇)’이란 별명을 갖고 있는 클루버는 “제구가 잘 됐다. 모든 경기가 중요하다. 집중력을 높이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컵스의 에이스 존 레스터는 고개를 숙였다. 레스터는 전날까지 포스트시즌(PS)에서 8승6패 평균자책점 2.50을 기록했던 ‘빅 게임 피처’다. 세 차례 WS 등판에서는 21이닝 동안 1점만 내주며 3승을 거뒀다. 그러나 이날은 5와3분의2이닝 동안 3실점하고 패전투수가 됐다. 김선우 해설위원은 “클루버가 스트라이크존을 영리하게 잘 활용했다. 레스터는 볼 판정에 예민해지면서 흔들렸다”고 평했다.

클리블랜드 포수·9번타자 로베르토 페레스는 4회 말 솔로 홈런에 이어 8회 쐐기 석점포를 터트리는 등 4타수 2안타·4타점으로 활약했다. 2차전은 27일 오전 8시 같은 장소에서 열린다. 클리블랜드는 트레버 바우어, 컵스는 제이크 아리에타를 선발로 예고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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