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욕 왕성 중국자본, 이번엔 힐튼호텔 삼켰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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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03면

‘차이나머니’의 공세가 이어지고 있다. 이번엔 세계적인 호텔체인인 힐튼이 공략대상이 됐다.

하이난항공, 7조3600억 투자키로
지분 25% 인수해 최대주주 자격

25일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중국의 하이난항공그룹이 힐튼의 지분 25%를 인수한다.

블랙스톤이 보유한 힐튼 월드와이드 홀딩스의 지분을 넘겨받는 형식이다. 하이난항공그룹이 내놓는 인수대금은 주당 26.25달러로 총 65억 달러(약 7조3600억원)에 달한다. 내년 3월까지 인수작업이 마무리되면 하이난항공그룹은 최대주주 자격으로 힐튼의 이사회 2석을 확보하게 된다. 블랙스톤의 힐튼 지분은 이번 주식 매각으로 20.75%로 줄어들게 된다.

크리스토퍼 나세타 힐튼 최고경영자(CEO)는 하이난항공그룹에 대해 “장기 투자자이자 전략적 파트너”라고 설명했다. 하이난항공그룹은 최근 몇 년 사이 중국인들의 해외여행이 폭증하면서 관광 관련 사업으로 발을 넓히고 있다.

지난 4월에는 미국 칼슨호텔을 인수한 데 이어 유럽의 레지도르 호텔에 지분투자를 하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미국의 항공기 리스 관련 회사를 100억 달러에 인수하기로 했으며, 5월에는 버진오스트레일리아 지분 13%를 매입했다.

세계 각지에서 중국 기업들의 기업 인수·합병(M&A)이 이어지면서 이를 견제하는 움직임도 일어나고 있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올해 중국 기업들의 M&A 규모는 2070억 달러(약 234조원) 수준으로 차이나 머니의 타깃은 전통에너지(2010~2012년)에서 금융(2014년 이후)·부동산·인터넷 및 소프트웨어·화학 등으로 확대되고 있다.

중국의 공격적인 행보에 독일과 호주 등 일부 국가는 국가 기반기술 유출 등을 이유로 M&A에 제동을 걸고 나섰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독일 정부가 “공공질서를 해칠 수 있다”는 이유로 중국계 펀드의 독일 반도체 장비 회사 아익스트론 인수 승인을 철회했다고 보도했다.

호주에서도 중국 자본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호주 정부는 최대 농장인 키드먼이 중국기업으로 매각될 위기에 놓이자 “국가이익에 반한다”는 이유로 지난 4월 매각에 제동을 걸었다. 키드먼 농장이 호주 전체 농지의 2%를 보유하고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호주 정부는 지난 8월에도 호주 전력망회사인 오스그리드의 중국 매각을 ‘국가안보’를 이유로 불허하는 등 중국 자본의 접근을 경계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중국의 M&A 속도는 빨라지고 있다. 올 2월 중국화공그룹(켐차이나)의 스위스 신젠타 인수(430억 달러)를 비롯해 인터넷 서비스 회사인 텐센트의 수퍼셀 인수(86억 달러) 등 굵직한 인수 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블룸버그는 “최근 중국 기업들이 유연한 협상을 통해 일자리 보장, 투자 약속을 하면서 M&A를 속속 성사시키고 있다”고 보도했다.

김현예 기자 hyki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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