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일호 “지금은 아니지만…증세수단은 부가세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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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일호 경제부총리가 12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국감에 출석해 의원들의 질의를 듣고 있다. [사진 오종택 기자]

“재정수요 급증에 맞출 수 있을 만한 증세 수단은 부가가치세밖에 없다. 다만 가까운 장래에 세율을 올리는 건 상상하기 어렵다.”

김종인 “40년 묶은 부가세 움직여야”
저소득층 부담 늘어 “서민 증세” 논란

유일호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최근 야당의 법인세 인상론을 반박하는 과정에서 꺼낸 얘기다. 굳이 증세를 해야 한다면, 또 급증하는 복지 수요를 감당할 만한 수준까지 감안한다면 우선 검토 대상은 법인세나 소득세보다는 부가세라는 의미다.

당장은 아니라도 장기 재정 여건상 부가세율을 올리는 게 ‘불가피한 수순’이란 인식은 정부와 전문가 집단에 광범위하게 퍼져 있다. 조세연구원장을 거친 유 부총리의 발언 역시 그런 맥락에서 나왔다. 민감한 이슈인 만큼 나서서 얘기하길 꺼릴 뿐이다. 기업들이 대상인 법인세와 달리 전 국민이 직접 이해당사자여서다. 하지만 법인세로 증세 논쟁의 물꼬가 트이면서 ‘불길’이 부가세로까지 옮아갈지 주목된다.

야당 내에서도 부가세 인상을 검토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했다. 김종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12일 기획재정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제는 세제를 움직여야 할 시기”라며 “부가세를 40년 동안 계속 묶어서 운영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부가세는 지난해 54조2000억원이 걷혀 총 국세의 24.9%를 차지했다. 소득세(60조7000억원)·법인세(45조원)와 함께 ‘3대 세목’으로 꼽힌다. 하지만 세율(10%)은 1977년 첫 도입 이후 변화가 없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는 연초 한국의 구조개혁을 평가한 보고서에서 환경세·부가세 등 간접세를 확대하고, 근로소득세 등 직접세는 낮춰 조세 체계를 ‘성장 친화형’으로 개편하라는 권고를 하기도 했다.

실제 글로벌 금융위기가 재정위기로 전환되자 주요국들은 세수 확보 수단을 주로 부가세에서 찾았다. 5%였던 소비세(부가세)를 8%로 올린 일본이 대표적이다. 영국 역시 2011년 17.5%에서 20%로 끌어올렸다. 그 결과 OECD 회원국의 평균 부가세율은 2008년 17.7%에서 지난해 19.2%로 1.5%포인트 올라갔다. 반면 같은 기간 평균 법인세율은 23.9%에서 22.9%로 내려갔다.

하지만 부가세는 여전히 ‘뜨거운 감자’다. 특히 저소득층의 부담이 상대적으로 큰 간접세의 역진성 탓에 ‘서민 증세’라는 반발이 커질 수 있다. 일본도 반발이 커지자 애초 소비세율을 내년 4월까지 10%로 높이기로 했던 계획을 2019년 10월로 미뤘다. 기재부의 한 관계자는 “과거 박정희 정권의 붕괴를 초래한 중요한 원인 중 하나가 부가세 도입이었다는 해석이 있을 만큼 민감한 사안”이라면서 “향후 논의가 되더라도 국민적 합의가 필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세종=조민근 기자 jming@joongang.co.kr
사진=오종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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