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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74억 조직적 모금? 비선 개입?…논란 열흘 만에 해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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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미르재단과 K스포츠재단 설립 과정은 지난달 20일부터 정국의 쟁점이 됐다. K스포츠재단 정동춘 이사장이 박근혜 대통령과 친분이 있는 최순실씨가 단골로 다니던 스포츠마사지센터의 원장이고, 임명 과정에 최씨가 개입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다. 청와대 정연국 대변인은 당시 “전혀 언급할 가치를 느끼지 못한다”고 일축했다. 하지만 열흘 만인 30일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두 재단을 해산하 겠다”고 전격 발표했다.

◆전경련의 774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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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경제인연합회는 30일 의혹이 제기된 재단법인 미르와 K스포츠를 10월 중 해산하고 문화·체육사업을 아우르는 신규 통합 재단 설립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서울 논현동 재단법인 미르. [사진 김성룡 기자]

미르재단은 2015년 10월, K스포츠재단은 올해 1월에 설립됐다. 각각 한류(韓流) 확산과 대한민국 스포츠를 전 세계에 알려 창조문화와 창조경제에 기여한다는 목표를 내세웠다. 미르재단은 지난 6월 박 대통령의 프랑스 방문 때 한식 시식회를 주관했다. K스포츠재단은 지난 5월 박 대통령의 이라크 순방 때 태권도 시범단 공연을 주최했다.

야당 “모금 배후에 청와대 수석”
전경련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
하루 만에 재단 설립 허가 내줘

두 재단의 공통 의혹은 돈이었다. 미르재단 출범 과정에서 대기업 16곳이 486억원, 19곳은 K스포츠재단에 288억원을 출자했다. 출자액은 재계순위와 거의 일치한다. 이 때문에 야권은 조직적 모금을 제기하며 배후로 안종범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을 지목했다. 하지만 안 수석과 전경련은 “기업의 자발적 참여였다”고 일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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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스포츠. [사진 김성룡 기자]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지난달 27일 문화체육관광부에 대한 국정감사에서 이를 뒤집는 녹취록을 공개했다. 재단에 돈을 출연한 기업 관계자의 녹취록에는 “안 수석이 전경련에 얘기해 전경련에서 일괄적으로 할당해 가지고 (모금)했다”는 내용이 담겨 있었다. 같은 당 신동근 의원은 “기업들이 미르재단 설립일인 10월 26일 오전에서야 할 수 없이 기부를 결정했다”고 주장했다.

◆문체부의 속전속결 재단설립 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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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단의 설립 신청에서 허가까지 걸린 시간이 또 다른 논란을 낳았다. 문체부는 지난해 10월 26일 미르재단의 설립 신청서를 받기 위해 세종시에 있던 김모 주무관을 서울로 출장 보냈다. 문체부는 그동안 “다른 행사로 출장 간 김에 서류를 받았다”고 해명해 왔다. 하지만 27일 국감에 출석한 김 주무관은 “미르재단 때문에 출장을 간 것이냐”는 더민주 신동근 의원의 질문에 “예”라고 답했다. “재직 중 서울에 가서 서류를 받아 온 경우는 미르재단 건이 유일하다”고도 말했다. “거짓 해명을 해온 이유가 뭐냐”고 묻자 “부담감을 느꼈다. 죄송하다”고 사과했다.

신청서 접수 이후 처리도 일사천리였다. 김 주무관은 오후 5시 서류를 받아 오후 8시7분 서울출장소에서 등록했다. 3분 뒤엔 서울의 사무관이, 다시 17분 뒤에는 세종청사에 있는 과장이 원격 결재했다. 미르재단은 다음 날인 27일 오전 8시9분 국장 결재를 거쳐 9시36분 최종 허가를 받았다. 다른 재단 설립엔 평균 21.6일이 걸렸지만 미르재단은 업무시간 기준 5시간 만에 허가를 받았다.

국민의당 김성식 정책위의장은 “문체부 허가 전날인 26일 오후 8시10분 미르재단은 이미 등기 수수료까지 납부한 사실이 확인됐다”며 “이는 27일 오후 2시 현판식 일정을 맞추려고 정부가 조직적으로 움직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조윤선 문체부 장관은 허가 과정과 관련, “재단이 문체부 직원과 사전에 상의해 자료를 완비했기 때문이었다는 말을 들었다”고 말했다.

◆최순실 개입 논란

최순실씨는 2014년 비선 실세 개입 논란을 빚은 정윤회씨의 전 부인이다. 정씨는 1998년 박 대통령이 정계에 진출했을 때 보좌관을 맡았던 인물이다. 두 사람은 지금 이혼한 상태다. 야권이 임명 과정에서 최씨 개입설을 제기한 K스포츠재단 정동춘 이사장은 “지금의 상황에서는 재단 본연의 사업을 수행하기 어렵다”며 지난달 29일 사의를 밝힌 상태다. 야권은 최씨 개입설과 관련해선 뚜렷한 증거를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 야당은 그간 “두 재단이 박 대통령의 퇴임 이후를 대비해 설립했다”고 주장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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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2일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은 “비상시국에 난무하는 비방과 확인되지 않은 폭로성 발언들은 우리 사회를 뒤흔들고 혼란을 가중시키는 결과를 초래하게 될 것”이라며 야당의 의혹 제기를 비판하는 듯한 발언을 했다. 조윤선 장관은 27일 국감에서 “박 대통령이 퇴임 후 재단에 관여할 일은 없으리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글=강태화 기자 thkang@joongang.co.kr
사진=김성룡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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