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나리자 비밀 푼 프랑스팀, 천경자 미인도 진위 가린다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02면

‘미인도’ 위작 여부를 가리기 위해 프랑스 전문가 두 명이 한국에 왔다.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 표면 아래에 숨겨진 그림이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 세계적 감정사들이다. 이로써 25년간 이어져 온 미인도 위작 시비에 종지부가 찍힐지에 관심이 모이고 있다. 해당 미인도는 고(故) 천경자 화백이 생전에 자신의 그림이 아니라고 주장한 작품이다.

기사 이미지

레오나르도 다빈치의 모나리자(왼쪽)와 ‘뤼미에르 테크놀로지’가 밝혀낸 속에 숨겨진 그림. [중앙포토]

서울중앙지검 형사6부에 따르면 프랑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 감정팀은 19일 입국했다. 이들은 22~23일 입체(3D) 멀티 스펙트럼 카메라를 이용해 미인도의 채색 순서, 붓질 방향 등을 조사했다. 모나리자의 속 그림을 확인하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이 카메라는 ‘층간증폭법’을 활용한다. 반사광 기술로 그림을 양파 껍질 벗기듯 살펴보는 기법이다. 감정단은 이 그림과 제작 시기가 비슷한 1970년대 천 화백의 작품 여러 개도 카메라로 촬영했다. 제작 방법에 차이가 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감정팀은 컴퓨터 분석(24~25일), 보고서 초안 작성(26일), 보고서 제출 및 검찰에 조사 내용 진술(27일) 순으로 향후 작업을 진행할 계획이다.

3D 멀티 스펙트럼 카메라 이용
반사광 기술로 양파 껍질 벗기듯
채색 순서, 붓질 방향 등 조사

미인도 위작 논란은 국립현대미술관이 소장 중이던 미인도를 91년 전시회에서 공개하면서 시작됐다. 현대미술관은 미인도가 천 화백의 작품이라고 소개했지만, 천 화백은 작품을 본 뒤 “내가 그린 것이 아니다”고 밝혔다. 그 뒤 화랑협회는 감정을 해 “해당 미인도는 천 화백 작품이 맞다”고 발표했다. 99년엔 다른 위작 사건으로 검찰 조사를 받던 화가 권춘식(69)씨가 “미인도는 내가 그린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현대미술관은 천 화백 작품이라는 입장을 고수했다. 지난해 천 화백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면서 위작 논란이 다시 불거졌고, 유족이 관련자들을 검찰에 고소했다.

그런데 23일 천 화백의 유족 측 배금자 변호사는 “검찰이 프랑스 전문가에게 감정을 맡긴 그림이 천 화백이 위작이라고 밝힌 것이 아닐 수도 있다”고 주장했다. 감정 현장에 있던 한 인사가 “문제의 그림은 담채(얇고 산뜻하게 채색) 작품인데 감정을 받은 것은 진채(진하게 채색)였다”고 말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검찰 관계자는 “검찰이 다른 작품을 가져와 감정한다는 게 말이 되는 소리냐”고 반박했다.

천 화백의 유족은 프랑스 감정단의 작업 장소로 검찰이 서울옥션을 지정한 것에도 문제를 제기했다. 유족은 서울옥션의 핵심 관계자가 91년 미인도를 진품이라고 감정한 위원이라서 감정의 공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고 주장했다. 뤼미에르 테크놀로지에 지불할 비용(약 7500만원)은 유족이 부담한다.

현일훈·송승환 기자 hyun.ilhoon@joongang.co.kr

ADVERTISEMENT
ADVERTISE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