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법정서 다시 불붙은 ‘최경환 채용 외압’ 재수사해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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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최경환 새누리당 의원실 인턴의 중소기업진흥공단(중진공) 특혜 채용 논란이 새로운 국면으로 들어섰다. 그동안 최 의원의 외압 의혹을 부인해온 박철규 당시 중진공 이사장이 법정에서 “외압이 있었다”고 말한 것이다. 검찰 수사가 부실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박 전 이사장은 그제 수원지법 안양지원에서 열린 공판에서 “2013년 8월 1일 국회 새누리당 원내대표실에서 최 의원에게 ‘(해당 인턴에 대해) 외부 위원이 강하게 반발한다. 불합격 처리하는 게 좋겠다’고 보고했다”고 진술했다. 이에 최 의원은 “(내가) 결혼도 시킨 아이인데 그냥 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박 전 이사장은 자신이 재차 “다음에 응시하도록 하자”고 했지만 최 의원은 다시 “그냥 하라”고 했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박 전 이사장의 진술 번복이 주목받는 이유는 검찰이 그의 당초 진술을 주요 근거로 최 의원을 무혐의 처리했기 때문이다.

 더욱 큰 문제는 수사 전후에 채용 외압 정황들이 불거져 나왔다는 데 있다. 감사원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최 의원의 지역구 사무실 인턴으로 근무했던 황모씨는 2013년 하반기 중진공 채용 서류전형에서 2299등을 했으나 인사 담당 직원들이 자기소개서 등 조작으로 1200등, 다시 176등까지 올렸다. 그럼에도 합격권 밖에 있자 합격 인원을 늘렸고, 면접에서 탈락 판정이 내려졌지만 최종 합격자에 포함됐다. 처음부터 끝까지 외부 청탁 없이는 불가능한 일들이 벌어진 것이다. 하지만 검찰은 최 의원을 서면조사한 뒤 박 전 이사장과 담당 실장 등만 업무방해 혐의로 기소했다.

 이런 특혜 채용 의혹은 청년실업난 속에서 젊은 구직자들의 사기를 꺾고 그들을 좌절의 늪으로 밀어 넣는 것이다. 이러니 ‘헬(hell·지옥) 조선’이란 자조가 나오는 것 아닌가. 박 전 이사장은 당초 진술에 대해 “(청탁을) 말한다고 뭐가 바뀌겠느냐고 생각했다”고 했다. 답답한 노릇이다. 검찰은 즉각 재수사에 나서 의혹을 있는 그대로 밝혀야 한다. 또다시 어물쩍 넘어가려고 한다면 법치주의를 스스로 허무는 일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