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이정현 벼'새누리' 수매거부 "실태 파악하라"지시…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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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농업진흥청]

이정현 새누리당 대표가 22일 전라남도 농협이 ‘새누리’ 품종 쌀 수매를 거부해 농민들이 반발한다는 소식에 긴급하게 “실태를 파악하라”고 지시했다. 올해 대풍으로 쌀 수매에 비상이 걸린 상황에서 전남 벼 농사 경작지의 35%를 차지하는 벼의 품종명이 여당의 당명 ‘새누리’와 같아서 벌어진 소동이었다. 전말은 이랬다.

KBS는 지난 20일 저녁 7시 뉴스에서 “전남의 일부 농협이 올해 쌀 수매대상에서 새누리 품종은 제외해 농민들이 애를 태우고 있다”고 보도했다. 농협이 재고쌀도 미처 처분하지 못한 상황이라 상대적으로 품질이 떨어지는 저가 보급형 ‘새누리’품종은 팔기 어려울 것이라며 수매 대상에서 아예 제외했기 때문이라는 내용이었다.

벼 새누리는 새누리당 당명 변경(2012년)보다 10여년 전인 1999년 국립식량과학원(옛 작물과학원 호남농업연구소)에서 육종을 시작해 2007년부터 농업진흥청을 통해 널리 보급한 품종이다. 병충해에 강한데다 단위 면적당 생산성이 뛰어나 전남 뿐 아니라 경남에서도 26%가 재배하는 등 지난해 전국 벼 재배면적 중 18.7%를 차지하는 최대 품종이 됐다. 그런데 최근 3년 연속 풍년으로 국내 쌀 소비량을 훨씬 초과하면서 애물단지 신세로 전락했다.

이 대표는 이후 “정부와 농협에 실태를 확인해보니 전남 영암군의 한 단위 농협에서 올해 봄부터 수매대상에서 새누리를 제외하고 신동진 등 고급품종만 수매하겠다고 했는 데 이를 미처 몰랐던 농민들은 계속 새누리를 재배해서 벌어진 일이더라”고 말했다. 이어 “해당 농협도 농민들의 우려에 수매를 계획한 품종부터 먼저 수매한 후 새누리 쌀도 수매하겠다고 대책을 세운 것으로 보고받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는 그러면서도 “벼 새누리는 우리가 한나라당에서 당명을 새누리당으로 바꾸기 훨씬 이전에 정부가 보급한 품종일 뿐 이름과 이번 수매 거부와는 아무 상관이 없다. 농민들께서 오해가 없었으면 한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국민의당 황주홍 의원은 농업진흥청을 상대로 “특정 정당과 이름이 동일한 벼 품종이 최근 수년간 유통ㆍ재배량이 급증한 것은 누가 봐도 오해를 살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이름을 바꾸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한편 새누리당은 이날 오전 김재수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을 불러 쌀 수급 대책을 위한 긴급 당정회의를 열어 “정부가 올해 수요를 초과하는 30만~40만톤을 전량 수매해달라”고 요구했다. 이에 김 장관은 “올해 쌀 수확량이 410만~420만톤 가량으로 예상돼 국내 적정수요(390만톤)보다 35만톤 가량 초과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이를 정부가 40kg당 4만5000원에 전량 수매할 경우 6200억 가량 든다. 전량 수매를 적극 검토하겠다”고 말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 간사인 김태흠 의원은 “추곡 매입 우선지급금이 지난해 5만 2000원에서 4만 5000원으로 떨어져 농민들 반발이 클 텐데 지난해 수준으로 올려달라”고 말했다.

정효식 기자 jjpol@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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