北에서도 재건축 투자 바람?…개발 계획에 집값 두 배 뛰기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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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양 시내 전경. [중앙포토]

사회주의 체제인 북한에서도 자본주의 꽃이라 불리는 ‘재건축 투자’ 붐이 일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상대 정은이 사회과학연구원 연구교수는 최근 ‘북한 부동산 개발업자의 등장과 함의에 관한 분석’이라는 논문에서 “북한에서 이미 자본주의적 부동산 개발업의 씨앗이 단단히 뿌리를 내렸다”고 밝혔다.

그는 “개인 사업자가 기존 주택 철거부터 신규 주택 분양에 이르기까지의 주택개발사업 전반을 관장하는 모습이나 (이 과정에서)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한 사업 방식 등이 자본주의 시장에서 흔히 나타나는 현상과 닮았다”고 밝혔다.

논문에 따르면 북한에서 자본주의적 재건축 사업이 시작된 건 이미 2000년대 초반부터다.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겪으면서 북한 내부에 시장이 형성되기 시작하고, 일반 주민들 가운데 부를 축적한 ‘돈주’(錢主)들이 부각되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북한에선 그간 아파트 등 주요 주택을 중앙정부가 주도해 왔다. 그러나 정부의 재정 능력이 주택 수요를 감당하기 어려워지면서 1980년대부터 사회안전부·인민무력부·보위부·노동당 등 특권기관이 ‘기관주택’이라는 이름으로 아파트 건설을 시작했다. 1990년대부터는 돈주도 개발사업에 참여하기 시작했고 이들이 곧 전면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정 교수는 논문에서 “북한은 건물이나 주택을 건설할 국토계획이 있지만 건설자금이 없어 5~10년 이상 걸리는 사례가 빈번하다”며 “개인이 기관 명의로 집을 짓고 대신 완공 후 주택 몇 채를 기관에 제공할 것을 약속하는 형태로 개발사업이 이뤄진다”고 밝혔다.

북한의 주택시장은 수요에 비해 공급이 부족하기 때문에 기관으로서도 이런 개인 참여를 받아들일 수 밖에 없다는 얘기다. 평양 시내에서는 최근 고층 건물이 많은 평양 중구역(중심부)를 중심으로 재건축 사업이 한창이다.

유치원·탁아소·학교 부지를 용도 변경해 아파트를 짓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다는 게 정 교수의 설명이다. 특이한 점은 국내처럼 선(先)분양방식이 등장하고 있다는 점이다. 실제 한 중국인 대북 투자자는 정 교수와의 인터뷰에서 “북한은 구조와 입지만 좋으면 기초공사 뒤 1층만 닦아 놓아도 선금 들고 집을 계약하겠다는 주민이 몰려든다”고 말했다.

청약한 뒤 당첨되면 계약금만 내고 공사기간 2~3년을 기다린 뒤 입주하는 국내 상황과 비슷한 것이다. 이는 기본적으로 주택이 부족한 데다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기 때문이다. 실제 평양시 대성구역 금수산 기념궁전과 김일성종합대학 근처 노후 아파트는 당초 5000달러 수준에서 거래되던 것이 재건축이 시작된 후 두 배 이상 뛰었다고 한다.

황정일 기자 obidius@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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