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마의 휴일' 스페인 계단, 논란에 휩쌓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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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로마의 휴일`에 나오는 스페인 계단.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Scalinata di Trinita dei Monti)’은 대표적 관광명소다. 늘 관광객으로 붐빈다. 특히 아이스크림을 사먹는 사람들이 많이 보인다.

영화 ‘로마의 휴일(1953년작)’에서 오드리 헵번이 아이스크림을 먹는 장면 덕분이다. 그런데 이 스페인 계단이 논란에 휩쌓였다. 야간에 출입금지 울타리를 설치하겠다고 해서다.

11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레푸블리카 등 외신에 소개된 사연은 이렇다.

명품업체 불가리가 지난해 150만 유로(약 18억8000만원)를 지원해 스페인 계단을 재단장했다. 당시 스페인 계단은 바닥에 금이 갔고, 얼룩이 져 보수를 해야만 할 상황이었다.

그런데 보수 비용을 댄 불가리의 파올로 불가리 회장이 “최소한 야간 시간대라도 울타리를 설치해 관광객 접근을 제한해야 한다”고 제안한 게 신호탄이었다.

그의 논리는 간단하다. “스페인 계단은 귀중하면서도 파손되기 쉬운 기념물이다. 이제 복구작업을 마쳤는데 또다시 하수관처럼 더럽혀지는 걸 볼 수는 없다. 적절한 조처가 없다면 몇 달 되지 않아 이곳은 다시 엉망진창이 된다.”

스페인 계단을 가본 사람은 알겠지만 근처엔 명품 매장들이 많이 있다. 그들도 파울로 불가리 회장의 아이디어에 찬성하고 있다.

반면 로마 시민은 반대하고 있다. 사람들에게 개방된 광장의 계단 본연의 기능을 막아서는 안 된다는 이유에서다. 로마 문화유산 감독 책임자인 클라우디오 파리시 프레시체는 “귀중한 기념비라고 해서 울타리로 보존할 수는 없다”고 말했다.

이철재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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