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메르, 대행 때도 경제 뒷걸음…집권 동시에 레임덕 우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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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31일(현지시간) 대통령 취임 선서를 하기 위해 의회에 입장하는 미셰우 테메르 신임 브라질 대통령. [AP=뉴시스]

지우마 호세프(68) 전 브라질 대통령의 탄핵으로 미셰우 테메르(75) 부통령이 지난 4개월간의 대통령 권한대행 꼬리표를 떼고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브라질 신임 대통령이 됐다.

중도우파 출신…2년 남은 임기 취임
부인, 43세 연하 미스 상파울루 출신
권한 대행 4개월간 마이너스 성장
지지율 10%대…부패 연루도 발목
호세프 “쿠데타 정부와 싸울 것”

호세프는 브라질 좌파 노동자당(PT)의 적자(嫡子)이고 테메르는 제1당인 중도우파 브라질민주운동당(PMDB)의 대표다. 또 호세프가 분배주의자인 반면 테메르는 성장(시장)주의자다. 호세프와 마찬가지로 테메르에게도 브라질 최악의 경제 침체와 정치 위기란 과제가 놓여 있다. 호세프는 이를 해결하지 못해 탄핵됐다. 테메르는 호세프의 탄핵으로 분열된 민심까지 다독여야 하는 부담을 안게 됐다.

테메르는 취임 일성으로 경제 회복과 정치 안정을 강조했다. 그는 이날 수도 브라질리아의 상원 의사당에서 호세프 탄핵안이 가결된 지 3시간 만에 취임식을 가졌다. 브라질 전국에 방송된 TV 녹화 연설에서 “긴축 재정과 연금 개혁으로 정부 재정 적자를 해소해가며 경제를 되살리겠다. 투자 유치를 위해 서둘러 정치도 안정시키겠다”고 말했다. 탄핵 정국으로 인한 정치적 불확실성이 해소되면서 브라질 통화인 헤알화 가치가 전날보다 0.4% 올랐다. 성장주의자가 브라질 구조 개혁의 지휘봉을 잡은 데 대한 시장의 기대감이 반영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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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테메르의 앞날은 녹록하지 않다. 브라질 재정 적자는 올해에만 480억 달러(약 53조5200억원)로 국내총생산(GDP)의 10%를 웃돌 전망이다. 테메르가 방만한 정부 재정 수술과 복지제도 개혁을 내세우지만 브라질 경제를 되살릴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그가 대통령 권한대행을 지낸 2분기 경제성적표는 좋지 않았다. 미 투자은행 골드만삭스 출신의 인사를 기용해 ‘경제 드림팀’을 구성했지만 2분기 GDP는 전분기보다 0.6%, 전년 동기보다 0.8% 줄었다. 블룸버그통신은 브라질 경제가 지난해 -3.8%로 뒷걸음친 데 이어 올해 -3.5%를 기록할 것으로 내다봤다. 실업률은 더 심각하다. 블룸버그는 올해 실업률이 지난해(6.8%)보다 껑충 뛴 11.5%에 이르고, 내년엔 12.5%에 달할 것으로 예측했다.

테메르의 임기가 2018년 말까지로 2년여밖에 안 남은 점도 악재다. 벌써 시장에선 ‘레임덕’(임기말 권력 누수)으로 구조 개혁 동력이 금세 사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고 파이낸셜타임스(FT)가 전했다.

테메르가 국민들에게 인기가 없는 것도 험난한 행보를 가늠케 한다고 월스트리트저널(WSJ)는 보도했다. 그의 지지율은 10%대다. 그는 페트로브라스(브라질 국영 석유회사) 뇌물 수수 스캔들에 연루된 혐의도 받고 있다. 신한종 NH투자증권 연구원은 “구조개혁이 본격화되면서 테메르 정부의 정치적 문제 해결 능력이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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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메르 대통령의 부인인 미스 상파울루 출신의 마르셀라 테데시 테메르. [AP=뉴시스]

1940년 상파울루의 레바논 이민자 가정에서 태어난 테메르는 브라질 명문 상파울루대(USP) 법학과를 졸업했다. 노동 변호사로 사회생활을 시작했고 상파울루 주정부 검사로도 활동했다. 81년 정계 입문한 그는 PMDB의 하원 원내대표, 하원의장, 당 대표로 승승장구했다. 그의 부인은 43세 연하의 미스 상파울루 출신 마르셀라 테데시 테메르(32)다.

테메르는 오는 4∼5일 중국 항저우(杭州)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참석으로 대통령 첫 일정을 시작한다. 그는 지난달 31일 밤 중국으로 떠나며 “세계를 향해 우리가 정치적으로 법적으로 안정을 되찾았다는 사실을 보여주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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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세프는 대통령궁을 떠나며 “가장 활발한 야당 조직을 만들어 쿠데타 정부와 맞서 싸우겠다”며 “그들은 우리를 이겼다고 생각하겠지만 그건 잘못된 생각”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남미 좌파 국가인 베네수엘라·에콰도르·볼리비아는 “의회 쿠데타”라며 브라질 주재 자국 대사를 소환했다. 이에 테메르는 이들 3개국에 파견된 대사를 본국으로 불러들였다.

백민정·김현예 기자 baek.minje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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