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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용산공원의 주인은 공무원이 아닌 시민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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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용산공원 조성을 둘러싼 국토교통부와 서울시의 갈등이 첨예하다. 국토부가 공원 조성을 단일 방식으로 밀어붙이자 서울시가 범정부기구 조성까지 요구하고 나섰다. 용산공원은 미군 기지가 내년 9월부터 평택으로 옮겨가면서 반환되는 터를 2027년까지 국가공원으로 만드는 사업이다. 국유지라 서울시가 아닌 국토부가 시행 주체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어제도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를 비판했다. “당초 공원 조성 면적이 358만㎡였는데 미 대사관 부지와 헬기장 등 잔류부지를 제외하면 68%로 쪼그라드는 ‘반쪽 난개발’이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시민·전문가·서울시 등 다양한 주체가 사업 과정에 참여해야 한다고도 했다. 국토부의 일방적·폐쇄적 행정 탓에 국립경찰박물관 조성 같은 엉뚱한 발상이 나왔다는 것이다.

 박 시장 주장대로 국토부가 혼란을 자초한 측면이 크다. 올 4월 내놓은 7개 부처의 8개 시설물 조성안이 대표적인 예다. 당시 국토부는 국립경찰박물관을 비롯해 국립과학문화관(미래창조과학부), 국립여성사박물관(여성가족부), 아리랑무형유산센터(문화재청), 국립어린이아트센터(문화체육관광부) 등을 짓겠다는 안을 내놨다. 부처별 ‘땅 나눠먹기’에 국민이 황당해했지만 아직까지 수정안은 나오지 않았다.

 물론 2007년 제정된 ‘용산공원 조성 특별법’상 사업은 국토부 장관이 책임을 진다. 서울시장과도 협의는 하지만 도시계획법 등 법적 승인사항은 없다. 그렇다고 엉뚱한 시설을 지으라는 특권까지 준 것은 아니다. 8개 시설의 명확한 입장부터 밝히는 게 순리다.

   특히 국토부와 서울시는 대립을 중단해야 한다. 국토부는 대국민 여론조사를 통해 의견을 충분히 수렴하고 ‘폐쇄 행정’ 논란에서 벗어나야 한다. 박 시장도 정치 쟁점화에 나서지 말고 서울시도 참여 중인 공원추진위원회 등을 통해 건설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 용산은 우리 민족의 수난사가 배어 있는 역사의 땅이다. 그곳에 조성하는 공원의 주인은 정부도, 서울시도 아닌 바로 시민이다. 세계적 명품 공원을 만드는 데 힘을 모으기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