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신속한 산업 구조개혁 계기 돼야 할 한진해운 사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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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4면

자체 구조조정에 실패하면서 어제 법정관리를 신청한 한진해운의 향후 처리 방향은 명쾌해야 한다. 부실기업은 시장 원리에 따라 신속하게 처리하되 국가 경제에 미치는 파장은 최소화하고 국가 기간산업인 해운산업의 경쟁력은 오히려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 정부는 한진해운의 법정관리 신청에 따라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우량 자산을 인수하는 방안을 추진하기로 했다.

 최근 국책은행인 산업은행이 대주주가 된 현대상선은 대주주의 적극적인 자구책을 통해 정상화의 길을 걷고 있다. 이 과정에서 현대상선은 알짜 자산을 대거 처분했다. 반면 한진해운은 자체 구조조정과 대주주의 자구 노력이 부족해 사실상 퇴출의 길을 가게 됐다.

 한진해운 채권단으로선 1조원이 넘는 채권을 떼이게 됐으니 추가 지원은 불가능하게 됐다. 법정관리가 개시돼도 부채가 5조6000억원에 달해 회생을 기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이런 상황에서 현대상선이 한진해운의 핵심 자산을 인수하는 것은 사실상 국내 업체 간 합병이라 가장 효율적인 부실기업 처리 방안이라고 볼 수 있다. 해운산업은 수출 주도 한국 경제에서 수출의 첨병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개별 기업의 실패는 시장 원리대로 처리하되 국가 기간산업으로선 경쟁력을 키워야 하기 때문이다.

 정부는 그간 구조조정의 타이밍을 놓치고 병을 키운 잘못이 있는 만큼 파장을 최소화해야 한다. 이미 수출업체는 운임을 곱절로 제시해도 화물을 운송해 줄 선박을 구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현대상선 선박을 대체 투입해 국내 수출업체가 수출 일정에 차질을 빚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급한 불을 끄는 대로 이달 중 마련할 ‘해운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에도 전력을 기울여야 한다.

 무엇보다 한진해운 처리는 신속한 산업 구조개혁의 신호탄이 돼야 한다. 국내 1위 해운업체라도 이제는 대마불사(大馬不死) 신화가 통하지 않는다는 데 주목해야 한다. 한진해운 사태는 회생이 어려운 기업은 시장 원리대로 처리되는 수밖에 없다는 점을 똑똑히 보여 줬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