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황폐하 만세 삼창한 공직자 처벌이 고작 정직 2개월?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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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개석상에서 '천황폐하 만세'를 세 번이나 외친 이정호 한국환경정책 평가연구원(KEI) 국가기후변화적응센터장이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았다

파장에 비해 너무 가벼운 징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국무조정실에 따르면 KEI는 25일 이같은 처분 결과를 국무조정실에 보고했다.

KEI는 지난주 자체적으로 징계위를 열어 이 센터장에게 2개월 정직 처분을 의결했다.

국무조정실은 지난달 말 KEI에 중징계(파면·해임·정직)를 요구했지만, KEI는 중징계 중 가장 가벼운 수위의 정직을 결정한 것이다.

앞서 국무조정실은 이 센터장의 '천황폐하 만세' 삼창을 비롯한 각종 친일 발언의 정황을 파악하기 위해 한달 간 감사를 벌였고, 이것이 사실임을 확인했다.

이 센터장은 지난 6월 세종시에서 KEI 주최로 열린 워크숍에 참석, 스스로를 친일파로 소개한 뒤 '천왕폐하 만세' 삼창을 했다.

또 자신의 할아버지가 일제시대 동양척식주식회사 고위 임원이었다고 말했다.

국무조정실 감사 결과 이 센터장이 "일본은 어머니의 나라"라는 친일 발언을 했다는 사실도 추가로 드러났다.

이 센터장이 고작 정직 2개월의 징계를 받은 것에 대해 네티즌들의 반응은 싸늘하다. 대부분 어이가 없다는 반응이다.

"어떻게 저런 사람이 공직에 있을 수 있는가. 부끄럽다" "나라의 혼을 모독한 자에게 세금으로 월급을 줘야 하나" 등 비난글이 이어지고 있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트위터에 "'김일성 만세' 부른 것과 무슨 차이가 있을까 싶은데, 겨우 정직 2개월?"이라고 올렸다.

KEI는 국무조정실 산하 정부출연 연구기관으로, 환경 관련 정책·기술 연구개발과 환경영향평가의 전문성과 공정성 제고를 위해 1992년 설립됐다.

이 센터장은 이종구 전 국방부 장관의 차남이다.

이 전 장관은 육군사관학교 14기 출신으로 전두환·노태우의 군부내 사조직 '하나회'의 핵심 멤버였으며, 현재 한국안보포럼 회장을 맡고 있다.

정현목 기자 gojhm@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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