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령씨, 1990년 육영재단 분규로 대통령과 관계 틀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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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과 박근령 전 육영재단 이사장은 친자매지만 관계는 오래 전부터 틀어졌다.

지난 총선 땐 공화당 비례1번 출마
남편 신씨는 박 대통령 비방죄 실형

1990년 육영재단 분규가 결정적이었다. 당시 박 대통령이 재단 이사장을 맡고 있었는데 ‘숭모회’라는 단체가 나서 “최태민 목사의 전횡이 심각하다”며 박근혜 이사장과 최 목사의 퇴진을 요구했다. 숭모회는 박근령씨를 재단 이사장으로 밀면서 박근혜 이사장 측과 충돌을 벌였다. 결국 박 대통령은 이사장직에서 물러났고 육영재단은 박근령 체제로 바뀌었다.

이 사건은 두 자매 사이에 깊은 감정의 앙금을 남겼다. 2008년 18대 총선 당시 한나라당에서 친박계 공천 학살이 벌어지자 박 대통령은 친이계와 정면으로 충돌했다. 하지만 박 전 이사장은 한나라당 충북선대위원장직을 수락하며 친이계와 손을 잡았다. 그해 10월 박 전 이사장이 14세 연하인 신동욱씨와 결혼식을 올렸을 때 결혼에 반대한 박 대통령은 식장을 찾지 않았다.

2009년엔 신씨가 박 대통령의 미니홈피에 “(박 대통령이) 나를 중국으로 납치해 살해하려는 음모를 꾸몄다”는 등 수십 개의 비방 글을 올렸다가 명예훼손 혐의로 기소됐다. 신씨는 2012년에 징역 1년6개월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박 전 이사장도 박 대통령처럼 정계 진출도 시도했다. 2012년 총선 때 자유선진당 소속으로 어머니 육영수 여사의 고향인 충북 보은-옥천-영동에 출마를 시도하며 박 대통령을 자극했다.

하지만 당시 선진당은 “박 전 이사장의 특수한 상황이 정략적으로 활용될 수 있다”며 공천을 주지 않았다. 박 전 이사장은 지난 4월 총선에서도 원외 정당인 공화당 소속 비례대표 후보 1번으로 출마했지만 떨어졌다. 이때 박 전 이사장은 ‘언니(박 대통령)의 이름으로 국회개혁 선거혁명’이란 구호를 사용했다.

박 전 이사장은 지난해 8월엔 일본의 한 동영상 사이트와의 인터뷰에서 일왕을 ‘천황폐하’라고 부르며 “우리가 위안부 여사님들을 더 잘 챙기지 않고 자꾸 일본만 타박하는 뉴스만 나간 것에 대해 죄송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해 언니를 난처하게 만들었다.

최선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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