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HD 초등생, 14층에서 추락해 숨져

중앙일보

입력

주의력결핍 과잉행동장애(ADHD)를 앓던 7살 남자아이가 고층 주상복합 건물에서 추락해 숨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21일 인천 삼산경찰서에 따르면 지난 20일 오후 5시35분쯤 인천시 부평구의 한 주상복합 건물에서 초등학교 1학년인 A군(7)이 떨어져 숨져있는 것을 행인이 발견해 경찰에 신고했다.
A군을 발견한 행인은 "밖에서 '퍽'하는 소리가 들려 밖으로 나가보니 아이가 쓰러져 있었다"고 말했다.

이 건물 14층에 살고 있는 A군은 작은 방 창문을 통해 1층 밖으로 떨어진 것으로 확인됐다.
당시 집에는 A군의 새엄마 B씨(23)도 함께 있었다. 아버지는 출근했고 외할머니는 외출 중이었다.

B씨는 "아이가 대소변을 못 가려서 기저귀를 채운 뒤 작은 방에서 놀도록 하고 나는 안방에서 잠을 잤다"고 진술했다.

경찰이 숨진 A군을 살펴본 결과 몸 곳곳에선 멍자국이 발견됐다.

A군의 부모는 "아들이 평소 ADHD로 2개월 전부터 약을 복용했다"며 "혼자 장난을 치다 떨어지고 부딪혀서 다친 것"이라고 진술했다.

실제로 A군이 다니던 초등학교도 지난 4~5월 아이의 몸에서 멍자국을 발견하고 "아동학대가 의심된다"며 아동학대전문기관에 신고했다. 그러나 해당 기관은 "학대에 의한 상처가 아니다. 아이가 공격적 성향이 강하니 병원 진료를 받도록 하라"고 권고했다고 한다.

경찰은 A군이 홀로 방 안에서 놀다가 창문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A군의 집 작은 방은 창가 바로 옆에 침대가 있어 아이도 밖으로 떨어질 수 있는 구조다. 그러나 방충망만 있을 뿐 방범창은 없었다.

경찰 조사 결과 A군은 그동안 친할머니와 생활하다 지난해 10월부터 재혼한 아버지(34) 부부 등과 함께 살았다.

경찰 관계자는 "A군이 홀로 놀다가 창 밖으로 떨어진 것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몸에서 멍자국이 발견된 만큼 국립과학수사연구원에 부검을 의뢰해 학대 여부를 조사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인천=최모란 기자 moranW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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