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현 선출 큰 의미 없어” “평당원·비주류 대표 뽑아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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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부터 김상곤, 추미애, 이종걸.

‘무(無)수저 호남 대표’를 선택한 새누리당의 표심이 더불어민주당 전당대회의 변수로 떠올랐다. 지난 4월 총선에서 국민의당에 빼앗긴 호남을 탈환해야 할 더민주 입장에선 새로운 경쟁자가 출현한 셈이다.

더민주 전대에도 ‘이정현 변수’
당내 “청와대 부속실 한계” 평가 속
“새누리 전남 지지율 상승” 분석도

당장 8·27 전대에 출마한 김상곤·이종걸·추미애(기호 순) 후보 진영은 민감하게 반응했다. 김상곤 후보 측 관계자는 10일 “새누리당까지 호남 대표가 나온 마당에 더민주에서도 호남에 대한 논의가 나올 수밖에 없게 됐다”고 말했다. 김 후보는 후보 3명 중 유일한 호남(광주) 출신이다. 김 후보 측은 새누리당 이정현 대표가 호남 출신이란 측면보다 말단 당직자에서 시작해 17단계를 올라간 정치적 상징성에 더 주목했다. 이 관계자는 “더민주도 국회의원 출신이 아닌 최초의 평당원 대표로 여당에 대응해야 한다는 여론이 커질 수 있다”고 주장했다.

당내 전략통인 민병두 의원도 “이 대표가 요란하고 시끄럽게 일을 벌이면서 죽어 있는 새누리당을 흔들어 깨울 수 있다”며 “정해진 수순으로 간다는 지적을 받고 있는 더민주 경선에서도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고 전망했다.

이종걸 후보의 한 핵심 측근도 “더민주 주류는 친박 대표라고 폄하하지만 이 대표 당선의 본질은 새누리당 당원들이 기존 정치의 엘리트주의를 배격했다는 점”이라며 “더민주에서도 엘리트주의를 표방하는 주류에 대한 반감이 커질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호남 쟁탈전에 새누리당까지 가세한 게 이 후보에게 불리하지 않다. 호남 민심은 오로지 오로지 광주 출신(김상곤)이라거나 호남의 며느리(추미애)라는 구호에는 현혹되지 않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주류로 꼽히는 추미애 후보 측은 상대적으로 차분한 반응이었다. 김광진 캠프 대변인은 “이 대표의 당선은 청와대의 ‘국회 분원’이 생긴 것에 불과하다”며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당내 일각에선 추 후보가 대구 출신이란 점과 관련해 “호남 출신 여당 대표가 나왔으니 야당에선 ‘영남 대표론’이 힘을 받을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하지만 추 후보 측은 “민심은 단순히 태어난 곳을 파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이는 광주 출신임을 강조하는 다른 후보에게도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당내 분석도 엇갈렸다. 주류인 김태년 의원은 “이 대표가 ‘호남과 서민 코스프레’를 하겠지만 ‘청와대 부속실’이라는 한계 때문에 밀짚모자를 쓰고 돌아다니는 이상의 효과는 없다. 전략적으로 친박 지도부가 굳어지면서 전선이 더 선명하게 그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김성수 의원은 “변화의 요구가 강했음에도 더 강력한 친박 지도부가 들어서 국민적 피로감이 커졌다”고 주장했다. 반면 더민주의 유일한 전남 의원인 이개호 의원은 “이 대표의 당선 자체가 전남에서는 엄청난 새누리당 지지율 상승 효과가 있다. 뭔가 바뀐다는 신호를 내지 않으면 더민주의 전대는 여당만큼 컨벤션 효과를 못 누릴 것”이라고 전망했다.

강태화·유성운 기자 thka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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