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화 결혼」 그들은 누구인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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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장·차관을 포함한 고위 공직자와 기업인 8명이 자녀들의 결혼식을 가정 의례 준칙을 어겨 호화롭게 치러 사정 기관에서 문제삼았다.
국방·문공장관이 TV와 라디오로 북괴의 움직임과 관련, 국민들의 경각심을 당부하는 마당에 알려진 「사회 지도층」 인사들의 자녀 호화 결혼식 소식은 착잡하기만 하다.
과연 이래도 좋은 것인가.
본지 단독 보도 기사가 나간 21일 본사 편집국에는 각계 독자의 문의 전화가 쉴새없이 걸려왔다. 이니셜로만 보도된 인사들의 신원을 확인하려는 궁금증이었다.
『Y씨가 누굽니까? 명단을 좀 가르쳐 줄 수 있습니까.』
『기왕에 내려면 이름까지 밝힐 것이지 이게 뭐요. 정부에서도 이런 사람들은 모두 명단을 공개하겠다고 몇 번이나 말하지 않았습니까』
궁금증은 단순한 유명 인사의 신상에 대한 가십성 호기심만은 아니었다.
많은 시민들이 「말로는 근검 절약·솔선수범을 떠들면서 뒷전으로는 딴전을 피우는」 지도층에 대한 실망과 분노를 말로, 억양으로 드러냈다.
보도가 나간 뒤 확인된 바로는 8명의 인사들 가운데 몇몇은 「억울한 경우」도 있긴 했다. 국무위원 L씨의 경우 화환도 6개만 진열했고 축의금도 받지 않았으나 축의금을 받은 사돈네에 연루돼 명단에 끼였다가 사정이 밝혀져 불문에 부쳐진 것으로 드러났다.
그러나 참외밭에서 신발을 고쳐 신는 방심도 우리 선인들은 경계했었다. 그것은 한낱 실용적 처세의 지혜라기 보다는 삶을 한 올이라도 흐트러짐 없이 살아가고자 하는 성실의 의지라고 보아야할 것이다.
가정 의례 준칙이 과연 법률로서 있어야만 하는가에 대해서는 처음부터 논란이 있어 왔다. 그러나 정부가 있어야 된다고 국민을 설득, 준칙을 만들었으면 그것을 먼저 지켜야만 한다. 「나는 바담풍해도 너는 바람 풍」하라는 자세로는 국민들에게 준법을 설득할 수가 없다. 정부부터 「바람풍」이 국민들이 정부에 보내고 싶은 당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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