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우2016] 빚잔치로 퇴색한 올림픽…브라질 국민 절반 “반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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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촌 최대 스포츠 축제인 올림픽이 ‘빚잔치’로 퇴색되고 있다.

평균 비용 52억 달러, 효과는 적어
바르셀로나 빚 61억 달러 떠안아
보스턴·함부르크 잇단 유치 포기

브라질에선 리우 올림픽 개막이 임박한 가운데 연일 막대한 비용이 드는 올림픽 반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올림픽 비용 부담에 각국 도시들이 유치를 포기해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위협을 느낄 정도라고 1일 보도했다.

리우 올림픽 주최 측이 밝힌 비용은 41억 달러(약 5조원)다. 2014년 소치 겨울올림픽 219억 달러(약 24조원), 2012년 런던 올림픽 150억원(약 17조원)에 비하면 약과다. 다만 이는 교통 인프라 등을 제외하고 순수하게 경기에 들어가는 금액이라 실제 비용은 훨씬 클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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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여름 올림픽 개최를 일주일여 앞둔 지난달 28일 브라질 리우데자네이루의 한 동네 아이들이 집 앞에서 공부하고 있다. [리우데자네이루 AP=뉴시스]

영국 옥스퍼드대 연구팀에 따르면 1960년부터 2016년까지 올림픽 개최 평균 비용은 여름 올림픽이 52억 달러(약 6조원), 겨울 올림픽이 31억 달러(약 3조원)다. 문제는 이 비용을 뽑을 만큼 경제효과가 크지 않다는 것이다. 연구팀이 30개의 올림픽을 분석한 결과 실제 개최 비용을 당초 예산으로 소화한 대회는 단 하나도 없었으며 절반에 가까운 도시가 예산의 2배를 넘게 투입했다.

일례로 그리스는 2004년 아테네 올림픽 예산으로 16억 달러를 책정했다가 10배에 달하는 160억 달러를 썼다. 스페인도 1992년 바르셀로나 올림픽 이후 61억 달러의 빚을 떠안았다. 런던과 베이징 올림픽은 대회기간에 오히려 외국인의 입국이 줄었고 번잡함을 피하려는 내국인 출국은 외려 늘어났다.

『지상 최대의 서커스 : 올림픽과 월드컵 개최에 숨은 경제적 도박』의 저자 앤드루 짐발리스트 교수는 여름 올림픽을 개최하면 최대 150억 달러의 적자를 낼 수 있다고 추산했다.

브라질의 경우 리우 올림픽 유치가 결정된 2009년 당시 경제가 정점에 있었다. 정부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대대적인 경기 부양책을 펼쳤고 2010년 경제성장률은 7.5%에 달했다. 그러나 현재 석유가 주요 수출자원인 브라질은 국제유가 폭락, 정부 정책 실패와 부정부패가 겹치며 100년 만에 가장 심각한 경제침체를 겪고 있다. FT에 따르면 최근 여론조사에서 올림픽에 반대하는 브라질 국민이 전체의 50%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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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이후 저성장·고부채에 시달리고 있는 각국 도시는 그 어느 때보다 올림픽 개최에 소극적이다. 2022년 겨울 올림픽만 해도 폴란드·스위스·스웨덴·우크라이나 등 6개 도시가 유치를 희망했다가 비용 문제로 중도 포기했다. 2024년 여름 올림픽은 보스턴·함부르크가 주민 반대로 포기하고 로마 역시 철수할 가능성이 크다.

미국 미시간 대학의 스테판 시만스키 교수는 “올림픽을 개최하면 부자가 된다는 정부의 말은 터무니없는 주장”이라며 “2만6000명의 런던 시민을 조사한 결과 국민이 올림픽 유치로 느끼는 행복감은 1년을 넘기지 못했다”고 말했다.

이소아 기자 lsa@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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