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물가 내리고 성장 부추긴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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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5불 내릴 땐 도시가스 6%·합성수지 3% 하락 요인|실질소득 올라 물건 잘 팔리고 투자도 왕성
기대되는 저유가시대로 접어들 경우 우리경제는 산업구조 자체에 상당한 변화가 불가피해질 것이다. 그 동안 2차례의 석유파동을 겪으면서 계속적인 유가 상승에 대비해 고유가체제로서의 산업재편을 계속해 왔기 때문이다.
막대한 정부예산으로 앞당겨 댐을 건설하고 석유를 대신할 수 있는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서둘러 왔는가 하면 석유비축기지 건설을 비롯해 갖가지 대체에너지 개발에 열을 올려 온 것 등이 그러한 예들이다. 돈이 얼마가 들더라도 석유값이 오를 것에 대비하는 사업들에는 항상 우선순위가 매겨져왔다.
기름값이 떨어짐에 따라 상황은 정반대로 뒤집히게 됐다. 기름값이 떨어지는데 원자력발전소 건설을 서둘 이유가 없다. 유연탄이 꾸준히 오를 것을 전제로 미국· 캐나다· 호주등지에 막대한 돈을 투자해 가며 직접 탄광개발에 나섰던 포철은 상당한 손해를 감수해야 할판이다.

<내수진작에 큰 기대>
가뜩이나 부실한 중동진출 해외건설업체들이 겪어야 할 고충은 더 말할 나위가 없다.
반면 석유를 원료로 쓰는 업종이나 기름을 많이 때는 업종,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들은 한결 형편이 피게 되었다.
석유화학관련 업종들은 당장 원유값 인하만큼의 원가부담이 줄어드는 만큼 합성회사들이나 플래스틱제품 계통의 기업들은 누구보다도 유가하락을 반기고 있다. 이미 국제가격에 연동시키고 있는 나프타가격이 내림에 따라 9일부터 벤젠· 톨루엔등 중간원료값을 내리기 시작했고 이에 따라 소비제품들의 가격인하도 조만간 뒤이을 전망이다.
요업제품이나 타이어· 제지등 연료로 기름을 많이 쓰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특히 알루미늄처럼 제조원가의 30∼40%를 기름값이나 전기값으로 쓰고 있는 경우는 상당한 수지개선과 가격인하 여지가 생겨날 것이다.
운수업이나 자동차회사들도 국내 기름값을 얼마나 내릴지 모르겠으나 내수진작에 상당한 기대를 걸고 있다.
조선업계는 워낙 경기가 나쁜데가 중동 국가들로부터의 발주를 전혀 기대할수 없는 형편이라 호전의 기대를 찾기 어려울것 같다.
해운업계는 연료유가 변동비의 절반가량이나 차지하고 있어 기름값 하락이 단기적으로는 약간의 시차이익을 가져다주고 있으나 기름값 하락보다 운임하락이 더 심하게 일어날 것이 예상되고 있어 별로 득볼게 없다는 분석이다.
어쨌든 유가인하에 따른 첫번째 기대효과는 전반적인 물가하락 현상이다. 성장촉진을 예상하는 것도 원료값과 제품값이 내리면 그만큼 실질소득이 높아져 구매력이 올라가고 더 많은 물건이 팔림으로써 기업의 투자도 왕성해질것이라는 기대에서다.
물론 유가를 얼마나 내려줄지가 문제다. 최근의 관계연구기관보고서를 보면 금년중에 배럴당 5달러가량 떨어질것이라는 전망이 가장 많이 나온다.
5달러가 내릴 경우 대체로 경제성장은 연간 0.5∼0.6%정도 더 높아질 것으로 KDI(한국개발연구원) 는 전망하고 있다. 중동경기의 악화로 해외건설수입은 약1억5천만달러 가량이 줄어들겠지만 상품수출은 2억5천만달러가 늘어날 것으로 보고있다.
물가에 미치는 파급효과는 도입원유 가격이 1달러 내리면 국내기름값에는 3.1%가량의 인하요인이 생겨난다.
따라서 금년중에 5달러가 내린다고 할 경우 기름값의 인하요인은 무려 15.5%나 된다. 그러나 인하시기에 따라 평균도입가의 인하폭은 달라진다. 예컨대 2월에 1달러, 3월에 2달러, 4월에 2달러씩 모두 5달러가 떨어졌다면 연평균 도입단가는 배럴당 3·6달러가 내린 셈이고 따라서 이에 따른 국내유가 인하요인은 11.1%가량이 된다.

<오른 환율 무시못해>
여기서 석유도입에 매기는 관세를 3%로 올린다고 하니까 대체로 10%정도의 인하요인이 남게된다.
그러나 이 같은 인하요인이 현실적으로 모두 반영된다고 보긴 어렵다. 작년 한햇동안 환율만해도 8%가까이 올랐고 최근 들어 돈도 부쩍 많이 풀리고 있는 점등을 감안할 경우 인상요인도 무시 할 수 없는 형편이기 때문이다.
전력요금이 대표적인 케이스다. 기름값이 1%내리면 전력요금은0·2%가량의 인하요인이 생긴다.
그러나 제1의 외채기업인 한전입장에서는 그 동안 환차손을 이유로 줄기차게 전력요금인상을 요구해 왔던만큼 기름값이 내렸다고 해서 쉽사리 전력요금인하를 기대하기 어려운 형편이다.
특히 수출업계 쪽에서는 경쟁력향상을 위해서는 전력요금 인하를 강력히 희망하고 있다. 국제유가의 인하혜택을 우리만 누리는 것이 아닌데다가 일본의 경우엔 엔화 강세 현상까지 겹쳐 전력요금의 인하요인이 최근들어 30%이상 생겨나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유가인하가 곧 바로 우리의 수출경쟁력 형상으로 연결된다고 보긴 어렵다.
한편 유가인하로 인해 실질구매력이 늘어남에 따라 소비와 투자쪽에서도 활기를 띨것이 예상된다. 기름값이 내리면 그 밖의 다른 원자재값도 내리게 되어 있다. 공업자원뿐만 아니라 수입농산물의 가격도 운임및 경작비용의 하락으로 더 싸질 전망이다.

<원자재값도 내려>
가계의 입장에서는 국내유가 및 전기값의 인하정도에 따라 광열비및 교통비등을 비롯해 석유학학제품계통의 생필품값의 경감을 다소간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
이같은 내수쪽에서의 GNP기여는 배럴 당 5달러를 내릴 경우 0.3%포인트 정도로 추산되고있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시산은 어디까지나 단순한 가정에 불과한 것들이다. 정부나 기업들이 이 같은 유가인하현상에 대해 어떻게 대처하느냐에 따라 얼마든지 달라질수 있다.
오히려 유가인하가 국내경제에 미치고 있는 첫번째 영향은 우선 당장의 심리적인 효과에서부터 찾아야 할 것이다.
비록 계량화할 순 없다고 해도 유가가 대폭 내린다는 사실 차체가 어쨌거나 경제전반에 걸쳐 고무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으며 잘만하면 이같은 분위기 반전을 그동안 부진했던 투자에 활기를 불어넣을수 있는 호기로 삼을수 있기 때문이다.

<이장규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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