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M] '부산행' 박재인 바디 무브먼트 컴포저 인터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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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부산행’ 좀비만의 특징은.
“빠르고 공격적이며, 인간과 반대 순서로 움직인다는 것. 시력이 퇴화된 존재라 소리에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설정도 중요해서 몸을 움직일 때 눈이 아니라 귀부터 갖다 대는 연습을 많이 시켰다.”

온몸 꺾는 좀비 훈련, 근력 운동부터 시켰다

- 100명이 넘는 좀비 역 배우들을 어떻게 체계적으로 훈련시켰나.
“배우들의 움직임을 보고 그에 맞는 유형의 좀비로 분류하는 작업부터 했다. 몸을 제일 잘 쓰는 배우들은 화면에 크게 잡히는 공격적인 좀비로, 그 다음으로 잘하는 배우들은 떼 좀비로, 못하는 배우들은 저 멀리서 뛰어오는 좀비로 나눠 그에 필요한 동작을 훈련하는 식이었다. 좀비를 연기하는 내내 팔다리를 계속 꺾으려면 근육에 힘을 줘야 하기 때문에 근력 운동을 기본으로 시켰다.”


- ‘곡성’에서도 좀비의 동작을 디자인했는데.

“‘곡성’을 작업하며 좀비에 대한 자료를 열심히 공부한 것이 ‘부산행’에 도움이 많이 됐다. ‘곡성’의 나홍진 감독은 특정 장면의 동작에 대해 사전에 아무리 논의해도, 촬영장에서 원초적인 기운의 어떤 것을 뽑아내려는 성향이 강하다. 반면, 연 감독은 그와 반대였다.”

- 관객이 특히 주목할 만한 좀비의 움직임을 꼽는다면.
“극 초반 소녀-여 승무원(우도임)-남 승무원(한성수)이 줄줄이 좀비로 변하며 취하는 동작. 세 인물 모두 객실 통로를 지나며 좀비로 서서히 변하기 때문에 발목·고개 등을 꺾거나 객실 여기저기에 부딪치는 고난도 동작을 선보여야 했다. 때문에 좀비 역의 배우들 중에서도 그 세 배우가 가장 열심히, 오래 훈련했다. 정말 열심히 해 줘서 같이 일하는 게 행복했다.”

- 영화 작업만의 매력이라면.
“리듬 체조, 댄스 가수의 안무, 뮤지컬 안무 등 춤으로 표현할 수 있는 건 거의 다 해 봤다. ‘곡성’과 ‘부산행’을 통해 새로운 분야를 공부할 수 있어 즐거웠다. 평소 공포영화를 즐겨 보는데, 기괴한 존재가 많이 나오는 공포영화에서 바디 무브먼트 컴포저가 활약할 수 있는 여지가 많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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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박재인 바디 무브먼트 컴포저는?
리듬 체조로 시작해 미국 에지 퍼포밍 아트 센터(Edge Performing Art center)에서 춤을 배우고 돌아와, 박미경·엄정화·클론 등 가수들의 안무가 및 댄서로 활약했다. 영화와 본격적인 인연을 맺은 건 ‘댄싱퀸’(2012, 이석훈 감독)에서 가수의 꿈을 이루는 정화(엄정화)의 안무를 맡으면서. 영화의 ‘바디 무브먼트 컴포저’로 활약한 건 나홍진 감독의 ‘곡성’부터다.

장성란·나원정 기자 hairpi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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