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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진 조기경보와 내진설계 투자 게을리 말아야 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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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5일 밤 울산 동쪽 해상에서 발생한 규모 5.0의 지진으로 영남 지역 등 많은 곳에서 건물이 흔들렸다. 이번 지진은 공식 관측 사상 5위에 해당할 정도로 강했다. 조선왕조실록 등 역사서 기록을 바탕으로 분석하면 한반도에서는 400년에 한 번꼴로 규모 7.0 안팎의 지진이 발생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 때문에 규모 7.0의 지진에 대비해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 지적이다.

하지만 우리의 대비는 부실하다. 공공시설 내진설계율은 평균 42.4%에 불과하다. 학교시설은 22.8%, 철도시설은 40.1%에 머물고 있다. 서울의 경우 민간시설까지 포함하면 내진설계 건물이 20%를 밑돈다. 만약 서울에 규모 6.5의 지진이 발생하면 11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할 것이란 예측도 있다.

정부도 지난 5월 내진설계 대상을 3층 이상 건물에서 2층 이상으로 확대하는 등 대책을 내놓았다. 하지만 신규 건물에 대해서만 적용된다. 기존 건물에 대해서는 건폐율을 완화해주고 재산세·취득세 감면의 혜택을 부여하기로 했지만 시민들의 안전의식이 높아지지 않는다면 소용이 없다. 고층건물의 경우 뼈대는 내진설계가 돼 있으나 유리창·타일 등은 내진설계가 돼 있지 않아 건물이 크게 흔들릴 경우 유리창 등이 파손돼 피해가 발생할 우려가 크다. 이런 비구조물에 대한 내진설계 기준을 마련하는 것도 시급하다.

원전 가까운 곳에서 발생한 이번 지진으로 원전 안전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국내 원전은 모두 규모 6.5에 견딜 수 있고 신고리 5, 6호기는 규모 7.0에도 견딜 수 있다고 한다. 원자로 바로 아래 지하에서 강진이 발생하지 않는 한 문제가 될 가능성은 낮지만 지진해일 등 사고 예방을 위해 대비는 필요하다.

인구밀도나 도시화율이 높은 우리 실정에서 철저한 지진 대비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정부는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지진 관측과 분석, 조기경보와 발생 예측, 내진설계 등 기술개발 투자를 게을리해서는 안 된다. 한반도는 더 이상 지진 안전지대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