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뒤늦은 ‘주식 대박’ 특임 수사, 진상 제대로 밝혀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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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대검찰청이 진경준 검사장의 ‘주식 대박’ 사건 수사를 특임검사에게 맡기기로 했다. 의혹 해소를 위해 강도 높은 수사를 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뒤늦게 ‘특임검사’ 카드를 꺼내든 배경을 놓고 의구심이 풀리지 않고 있다.

대검은 어제 “김수남 검찰총장이 서울중앙지검에서 수사 중인 진 검사장 관련 사건에 대해 신속하고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판단해 이금로 인천지검장을 특임검사로 지명했다”고 말했다. 진 검사장은 지난 3월 말 재산공개에서 넥슨 주식을 매각해 120억원대의 시세차익을 얻은 사실이 드러났다. 이후 정부 공직자윤리위가 주식 매입 자금과 관련해 거짓 소명을 했다며 법무부에 징계를 요청했고, 6월 초에는 넥슨이 최초 매입 자금을 대준 것으로 확인되는 등 파문이 확산됐다.

이번 특임검사 수사는 사건의 진상을 철저히 규명하겠다는 의지가 담겨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할 수 있다. 문제는 검찰이 왜 그러한 의지를 사건이 불거진 지 3개월이나 지난 뒤에 밝히고 나섰느냐는 것이다. 지난 4월 시민단체가 진 검사장을 뇌물수수 혐의로 고발했으나 수사는 계속 공전해 왔다. 고발인 조사도 40여 일이 지난 후에야 실시됐고, 압수수색 영장 청구와 출국 금지 역시 넥슨의 자금 대여 사실이 알려진 다음 이뤄졌다. “수사 경과와 여론 추이 등을 종합해 판단한 것”이란 설명만으론 특임검사 카드가 순수하게 읽히지 않는 게 사실이다.

법조계에선 진 검사장 사건의 진상 규명이 늦어지는 상태에서 홍만표 전 검사장 사건, 서울남부지검 검사 자살 등으로 국민 여론이 악화되자 다목적 타개책으로 활용하려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만약 잠시 상황을 모면하려는 것이라면 검찰 조직에 대한 신뢰는 더욱 곤두박질치게 될 것이다. 특임검사는 ‘주식 대박’ 의혹의 전모를 수사해 국민 앞에 밝히고 법에 따라 처리해야 한다. 나아가 진 검사장을 계속 검사장으로 대우해야 하는지도 의문이다. 과거 검사장을 검사로 강등시킨 전례도 있는 만큼 거짓 해명 등에 대한 징계 차원에서 검사장직 유지 여부를 검토해 봐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