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기업 손 묶어 김정은 압박…오바마 ‘스리쿠션 전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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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대북제재의 공동 전선에서 이탈하는 듯한 중국을 상대로 ‘화웨이(華爲)’ 카드를 꺼내 들었다. 화웨이는 통신장비 업체이지만 최근 스마트폰 시장에서도 떠오르는 다크호스다. 올 1분기 세계 시장의 8.3%를 차지하며 삼성(23%), 애플(15%)에 이은 3위로 급성장했다.

세계 3위 스마트폰 기업 겨냥
중국에 대북제재 이탈 말라 메시지
북·중관계 회복 조짐에 초강수
화웨이 장비, LGU+가 도입하려다
미, 감청문제 제기해 무산된 적도

2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월스트리트저널(WSJ) 등에 따르면 미국 상무부가 화웨이 조사에 나선 이유는 표면적으론 북한만이 아니라 이란·쿠바·시리아 등 미국의 제재 대상국들을 상대로 수출 금지 규정을 위반했는지를 확인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해당 나라들 중 미국이 대중 관계에서 가장 현안인 국가는 북한이다.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지난 4월 “북한 압박을 위해 중국과 협력을 구축해 왔지만 아직 (중국은) 원하는 수준이 아니다”고 공개했을 정도로 미국은 중국에 대해 대북제재에 더욱 세게 나갈 것을 요구해 왔다.

이 때문에 미국의 화웨이 조사는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강행하는 북한에 주요 기술과 부품이 흘러 들어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치이지만 궁극적으론 중국이 대북제재의 수위를 낮추지 못하도록 하는 ‘스리쿠션 압박술’이라는 해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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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은 지난 1일 이수용 북한 노동당 중앙위원회 부위원장의 방중 때 대북 식량 원조를 논의하며 북한과 관계 개선에 나서는 징후를 보여줬다. 직후 미국은 내부적으론 두 달 전에 결론을 내렸던 자금세탁 우려대상국 지정을 발표했다. 물밑에선 미국 당국이 중국 기업에 대한 조사에 돌입했던 사실도 확인됐다.

자금세탁 우려대상국 지정은 북한에 돈이 들어가는 통로를 막겠다는 목표이지만 실제 내용은 중국 금융기관들이 북한과 거래를 끊으라는 데 있다. 화웨이 조사 역시 불량국가 북한에 주요 기술의 유출을 막겠다는 취지이지만 그 결과는 중국 기업들이 북한과 거래를 피하라는 게 돼 중국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점에서 동일하다.

화웨이 조사는 향후 미국이 중국 기업을 손보는 우회적 수순을 밟을 수도 있음을 보여준다. 이를 가능케 하는 게 오바마 대통령이 지난 3월 발동한 최강의 대북제재 행정명령이다. 행정명령에 따르면 미국에서 활동하는 업체는 북한과 금속·흑연·석탄·소프트웨어 분야에서 교역을 해 핵·미사일 개발을 돕거나, 북한의 인권 탄압과 직간접적으로 연루되면 아예 미국 내 자산이 동결된다. 미국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북한과 거래하는 중국 기업들을 정밀 조사해 경우에 따라선 미국 시장에서 퇴출시킬 근거가 마련돼 있다.

화웨이는 그간 미국 정부가 중국의 ‘감청 가능성’을 이유로 미국 내 무선통신 장비 사업에서 배제했던 기업이기도 하다.

국내에서도 2013년 LG유플러스가 광대역 통신기지국에 화웨이 장비를 도입하려다 당시 미국 정부가 미군 인사들에 대한 감청 가능성을 제기하며 문제가 됐다. 당시 다이앤 파인스타인 상원 정보위원장 등이 잇따라 척 헤이글 미 국방장관과 존 케리 국무장관에게 LG유플러스가 화웨이 장비를 도입해선 안 된다는 내용의 서신을 보냈다. 결국 미국의 우려를 반영해 미군 주둔 지역엔 화웨이 장비를 사용하지 않았다.

미국은 화웨이뿐만 아니라 다른 중국 기업도 조사했다. 지난 3월 중국의 통신장비 업체인 중싱(中興·ZTE)이 규정을 어기고 이란에 미국 기술이 담긴 제품을 수출했다며 미국산 부품 등의 사용을 금지시켰다가 그달 말 규정 준수를 약속받고 잠정 해제했다.

대북제재를 비롯한 현안을 놓고 미·중은 6일 베이징에서 열리는 미·중 전략경제대화에서 담판을 벌인다.

워싱턴=채병건 특파원, 서울=박수련 기자 mfemc@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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