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호 “의장은 야당, 법사위는 여당”…정진석 “협치해야지 야치하나” 반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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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0면

“새누리당에 콘클라베(Conclave)를 제안합니다.”

야, 청와대 감시 운영위 차지 포석
박완주 “교황 뽑듯 콘클라베” 제안

더불어민주당 박완주 원내수석부대표는 2일 당 정책조정회의에서 이렇게 공개적으로 말했다. 그런 뒤 “협상장 문을 걸어 잠그고 무제한 협상을 시작합시다”고 덧붙였다. ‘콘클라베’는 추기경들이 교황을 새로 뽑을 때 바티칸에 모여 결론이 날 때까지 외부 접촉을 차단한 채 진행하는 비밀회의다.

콘클라베까지 등장하게 만든 건 다름 아닌 20대 국회 원 구성 문제였다. 국회의장을 여당이 할 거냐 야당이 할 거냐, 국회 법사위원장과 운영·예결위원장은 어느 당이 맡느냐의 문제를 풀지 못하고 있다.

우상호 원내대표는 새누리당을 향해 “법제사법위원장 자리를 과감히 양보하겠다”는 제안을 했다. 다만 그는 “여소야대가 된 상황에 맞게 국회의장은 야당 출신이 맡는 게 타당하고 상임위 배분은 견제와 균형의 원리가 잘 작용할 수 있도록 집권당이 야당에 양보할 차례”라는 조건을 달았다. 우 원내대표 측 관계자는 “ 법사위(여)와 운영위(야)를 여야가 나눠 맡자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에 새누리당 정진석 원내대표는 “우 원내대표가 혼자 방향을 정할 입장은 아닌 것 같다”며 “협치를 해야지 야치(野治·야당 혼자 하는 정치)를 하면 안 된다”고 반박했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도 “우 원내대표는 협상을 방해하지 말고 3당 원내수석부대표에게 (협상을) 맡겨야 한다”며 일축했다.

당초 새누리당에선 국회의장을 양보할 수도 있다는 말도 여러 차례 공개적으로 나왔으나 최근에는 친박계를 중심으로 ‘국회의장 사수론’이 커지고 있다.

결국 이날도 상황은 원점에서 맴돌았다.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는 당 원내정책회의에서 “양당이 아옹다옹하고 있다. 지금 양당 신경이 날카롭기 때문에 중재가 어렵다”고 말했다.

원 구성 협상은 지난달 31일 더민주가 “자율투표로 의장을 뽑자”고 주장하면서 중단된 상태다. 김도읍 원내수석부대표는 “일방적 결정에 대해 공식 사과하지 않으면 협상 재개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이런 상태론 20대 국회 역시 법정시한(7일) 안에 원 구성을 끝내지 못할 것이란 분석이 많다.

법정시한인 7일까지 원 구성 협상을 마무리하려면 이번 주말께 3당 원내대표가 직접 담판을 해 실타래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더민주 원내대표단의 한 의원은 “원내수석부대표 간 회동에서 문제를 풀지 못하면 그 윗선인 ‘우-정-박’(우상호-정진석-박지원) 회동에서 풀 수밖에 없지 않으냐”며 “우 원내대표도 그것을 수순으로 여기고 있다”고 말했다. 정 원내대표도 “3당 원내대표가 만나 논의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열어뒀다.

최선욱·김경희 기자 isotop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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