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대우조선 낙하산 시도, 국민에 대한 범죄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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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정부가 부실 경영의 대명사인 대우조선해양에 또다시 ‘낙하산’ 사외이사를 투입하려다 실패했다. 대우조선은 지난 주말 공시를 통해 조대환(60) 법무법인 대오 고문변호사를 다음달 주총에서 사외이사로 선임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어제 ‘조 변호사가 일신상의 사유로 스스로 물러나기로 했다’고 입장을 바꿨다. 구조조정을 한다면서 낙하산을 내리꽂는 정부의 ‘막가파’식 행보에 거센 비판이 일어났기 때문이다.

조 변호사는 검사를 그만둔 뒤 정치권 주변에서 움직여 온 인물이다. 박근혜 대통령이 만든 ‘국가미래연구원’에 발기인으로 참여하고 대통령직인수위원회 법질서·사회안전 전문위원으로 활동했다. 지난해 1월 새누리당 추천으로 세월호 특별조사위원회 부위원장을 맡았다가 6개월 만에 내부 갈등으로 자진 사퇴한 게 ‘선박’과 관련된 경력의 전부다. 정부 스스로 구조조정 명분을 망가뜨린 것이나 다름없었다.

조 변호사의 중도 사퇴는 다행이지만 이대로 끝낼 일은 아니다. 대우조선을 망친 주범 중 하나가 낙하산 인사다. 2004년 이후 이 회사엔 전문성 없이 1억원 가까운 연봉을 받는 자문역 60명이 거쳐 갔다. 2000년 이후 사외이사 30명 중 60%(18명)가 관료나 정치권 출신이었다. 이 회사 경영진이 수년간 5조원 이상의 적자를 감출 수 있었던 것도 이를 견제할 인물들이 없었기 때문이다.

공적자금 투입이 초읽기에 들어간 대우조선에 또다시 낙하산 인사가 시도된 것 자체가 문제다. 이는 국민 정서를 무시한 범죄행위나 마찬가지다. 끝까지 국민 혈세를 뜯어먹겠다는 하이에나와 다름없다. 이렇게 해놓고 어떻게 노조에 고통 분담을 요구하며, 무슨 염치로 국민 혈세에 손을 벌리겠는가. 아무리 대통령의 해외순방 중 일어났다고 해도 철저히 경위를 추궁해야 하며, 청와대·기획재정부·국책은행·대우조선 등의 관련 책임자들은 엄중히 처벌해야 한다. 이번 낙하산 시도는 박근혜 정부의 존재 이유를 묻는 심각한 사안이다. 슬그머니 중도 사퇴로 덮고 넘어갈 일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