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일본보다 더 못한 저출산 극복 의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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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한국과 일본은 저출산·고령화라는 공통의 질병을 앓고 있다. 일본이 한국보다 10년 정도 앞서가고 한국이 뒤를 쫓아가는 형국이다. 두 나라가 저출산 수렁에 빠진 이유가 뭘까. 중앙일보와 일본 니혼게이자이(日本經濟)신문의 공동 여론조사에서 그 이유가 드러났다. 저출산의 이유는 비슷하면서도 약간 차이가 난다. 한국은 일·가정 양립 지원 미비, 고용·경제 불안, 만혼·비혼을 지목했다. 일본은 만혼·비혼, 고용·경제 불안, 장래불안, 일·가정 양립 지원 미비 순으로 꼽았다.

걱정스러운 것은 결혼관이다. 한국 20~40대의 55.6%, 일본은 50.9%가 ‘결혼을 해도 좋고 안 해도 좋다’고 답했다. 심지어 한국은 5.5%, 일본은 2.2%가 ‘결혼을 하지 않는 게 좋다’고 응답했다. 두 나라 모두 10명 중 5~6명이 결혼에 대해 부정적인 태도를 갖고 있다.

일본보다 한국 상황이 더 좋지 않다. 여성의 72%(일본은 62%)가 결혼에 부정적이다. 결혼에 부담을 더 느끼고 육아를 괴롭다고 보는 젊은이가 더 많다. 이런 게 쌓여 지난해 합계출산율(여성 1명이 평생 낳을 아이 수)로 나타났을 것이다. 한국은 1.24명에 그쳤지만 일본은 21년 만에 최고치인 1.46명으로 올랐다.

이런 현상은 양국 사회 지도층의 위기의식 차이 때문이다. 일본은 아베 신조(安倍晋三) 총리가 나서 “1억 명 유지”를 외친다. 마치 ‘인구 전쟁 사령관’ 같다. 아베 총리는 ‘1억 총활약상’이라는 장관직을 신설하더니 최근에는 1억 활약 세부 플랜까지 제시했다. 총리실 산하에 상설 사무국을 두고 장관을 보좌한다. 한국은 말로는 “저출산 위기”를 외치지만 왠지 공허하다. 뼛속 깊이 위기 의식을 공유하지 못하고 있다. 올해 3차 저출산대책 시행에 들어갔지만 누구 하나 제대로 챙기는 데가 없다. 실행은 더디고 산만하다. 박근혜 대통령의 정책 우선 리스트에 저출산 문제가 보이지 않는다.

정부가 미적거리고 분절돼 있으면 국회라도 나서야 한다. 마침 20대 국회가 개원했다. 다른 무엇보다 저출산 특위를 우선적으로 만들어 정부를 견인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