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검찰, 홍만표-현직 고리 밝혀낼 의지 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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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검찰이 정운호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의 구명 로비 의혹과 관련해 홍만표 변호사에 대해 구속영장을 청구하기로 했다. 검찰 수사가 홍 변호사 개인 비리에 그칠지, 아니면 검찰 조직 내부로 나아갈지 주목된다. 결국은 김수남 검찰총장이 책임지고 결단해야 하는 상황이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27일 진행된 홍 변호사 소환 조사 결과를 토대로 사전구속영장을 청구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홍 변호사는 선임계를 내지 않은 채 사건을 맡거나 거액의 수임료를 받고도 수차례 소득 신고를 누락한 혐의를 받고 있다. 검찰은 탈세액이 10억원대에 달하는 것으로 보고 있다. 검사장까지 지낸 법조인이 세금을 피하기 위해 미신고 수임료로 100채 넘는 오피스텔을 구입하고 이를 운영할 위장 회사까지 차렸다고 하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수사가 탈세와 변호사법 위반 등 개인 비리 처벌에 머물러선 안 될 것이다. 국민이 알고 싶은 건 홍 변호사가 어떻게 한 해에 100억원 가까운 수입을 올릴 수 있었느냐다. 홍 변호사가 정운호 대표의 해외원정 도박 사건을 맡은 뒤 두 차례 무혐의를 받았다. 검찰이 왜 항소심에서 구형량을 낮추고, 정 대표 측 보석 신청에 대해 ‘재판부가 알아서 해달라’는 의견을 냈는지도 납득이 되지 않는다. 홍 변호사가 현재현 전 동양그룹 회장과 임석 솔로몬금융그룹 회장 등 기업 관련 사건에서 선임계를 내지 않고 ‘몰래 변론’이나 ‘전화 변론’을 했다는 의혹 역시 규명돼야 한다.

홍 변호사가 지닌 전관(前官)의 영향력이 검찰 수사를 어떻게 왜곡시켰는지 드러나지 않는 한 이번 수사는 ‘미제 사건’이 될 수밖에 없다. 현직 검찰 간부나 검사들이 홍 변호사와의 짬짜미로 검찰권을 그릇되게 행사했다면 응당 국민 앞에 밝히는 게 도리다. 촛불이 흔들리면 바람이 불었음을 아는 게 이치 아닌가. 만약 홍 변호사만 처벌하고 수사를 끝낼 경우 특검 도입은 불가피하다. 검찰 스스로 전관과 현직의 고리를 끊겠다는 각오가 없다면 지금이라도 특검 수사를 요청하는 게 온당한 처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