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러시아·스위스 초강경 대북제재의 엄중한 의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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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북한의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은 정권의 운명과 나라의 앞날을 깊이 고민해야 할 것 같다. 스위스에 이어 러시아까지 초강경 대북(對北)제재에 동참했다는 것은 보통 일이 아니다. 북한이 기댈 수 있는 언덕은 더 이상 없다는 의미일 수 있기 때문이다.

러시아 중앙은행은 19일 북한의 개인과 기관, 단체 등이 러시아에 보유한 자산을 전면 동결한다고 발표했다. 러시아 내 북한 은행 자회사·지사·대표부 및 합작회사를 폐쇄하고, 북한 은행과의 송금 거래를 금지하는 대통령령도 곧 발효될 예정이다. 북한의 4차 핵실험과 장거리 로켓 발사에 따라 지난 3월 채택된 유엔 안보리 결의 2270호의 전면 이행에 러시아가 적극 동참하고 나선 것이다.

스위스 정부도 18일 스위스 내 북한 관련 자산을 전면 동결하는 초강경 대북제재를 단행했다. 이 조치에 따라 노동당을 포함해 북한 당국이 스위스 은행 등을 통해 직간접적으로 보유한 예금 등 금융자산 인출이 불가능해졌다. 스위스 내 북한 은행 지점과 계좌도 다음달 2일까지 폐쇄된다. 영세 중립국인 스위스는 김 위원장이 10대 때 6년 가까이 머물며 학교를 다닌 곳이다. 그런 스위스가 대북제재에 발벗고 나섰으니 김 위원장으로서는 큰 충격일 게 분명하다.

북한의 전통적 우방인 러시아는 유사시 중국을 대체할 수 있는 북한의 새로운 ‘뒷문’으로 주목받아 왔다. 러시아의 ‘배반’은 북한에 상당한 압박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김 위원장을 비롯해 북한 권력층의 비자금 은닉처이자 각종 사치품 거래 거점으로 의심받아 온 스위스의 ‘변심’은 심리적 차원을 넘어 실질적 타격 효과가 클 것이다.

김 위원장이 이달 초 노동당 대회에서 고수하겠다고 천명한 핵과 경제의 병진노선은 실현 불가능한 꿈이라는 게 점점 현실로 드러나고 있다. 북한이 할 수 있는 선택은 고립무원의 처지에서 자멸하느냐, 핵을 포기해 생존의 활로를 찾느냐는 두 가지밖에 없다. 그 중간의 해법은 없다. 김 위원장은 러시아와 스위스의 대북제재에 담긴 엄중한 의미를 제대로 읽고, 합리적인 선택을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