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상시 청문회 대통령 거부권은 곤란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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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6면

국회법 개정으로 20대 국회에선 상시 청문회가 가능해졌다. 청문회 대상을 각급 상임위의 ‘소관 현안’으로 확대했기 때문이다. 소관 현안이란 건 광범위하고 모호한 대상이다. 여소야대 상황에선 두 야당이 공조하는 모든 사안이 원칙적으론 청문회 대상이 된다. 당장 가습기 살균제 사태 책임 규명, 어버이연합 지원 의혹, 정운호 법조 비리 의혹 등 거론되는 청문회가 하나둘이 아니다. 실제로 많은 청문회가 줄줄이 열릴 것으로 보인다.

정부와 여당 입장에선 상시 청문회가 몹시 불편할 것이다. 야당이 사사건건 청문회를 하자고 들면 국정 운영엔 어느 정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게다가 그동안 청문회는 여야 정략의 대결도구가 되거나 호통과 막말에 성의 없는 답변, 증인 불출석으로 파행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그래서 청와대에선 대통령 거부권 얘기까지 나온다.

하지만 꼭 그렇게 볼 일은 아니다. 상시 청문회는 비생산적이고 비효율적인 국회를 일하는 국회로 거듭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 있다. 메르스 사태나 국정 교과서 문제를 비롯해 온 나라를 뒤흔든 수많은 국정 현안에 대해 국회는 적시에 문제를 제대로 다루지 못했다. 설사 국정감사가 열려도 정부의 판에 박힌 답변과 자료 제출 부실 등 무성의로 맹탕 국감, 정쟁 국감이 반복됐고 국감 무용론이 뒤따랐다. 상시 청문회, 상시 국감은 이에 대한 대안이다.

행정부 잘못을 시정하고 견제하는 건 국회의 중요한 임무다. 무엇보다 상시 청문회는 국회의 행정부 감시 기능을 높여 정부의 긴장감을 높일 수 있다. 국민의 다양한 의견을 모을 수 있고 국정감사제도를 보완하는 효과도 크다. 그런 만큼 대통령 거부권 행사란 안 될 말이다. 오히려 이 기회에 상시 국감까지 도입하는 게 옳은 방향이다. 청와대는 물론 여당도 여기에 호응해야 한다. 다만 국정 발목 잡기 청문회, 정략적이고 소모적인 갑질 청문회가 남발되는 건 곤란하다. 청와대와 여당도 인식을 바꿔야 하지만 국회도 자세와 행동을 바꿔야 나라가 새로워진다.